승리가 필요할때는 반드시 이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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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레드삭스가 로저 클레멘스(40·뉴욕 양키스)에게 299승을 안겨줬다. 6회까지는 레드삭스가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9안타. 그러나 득점은 2점에 불과했다. 결국 7회와 9회 한 점씩 내주며 4-2로 패했다.

레드삭스에서 데뷔하고 13시즌을 보낸 클레멘스가, 뉴욕 양키스의 유니폼을 입고 명예의 전당에 가겠다는 인터뷰로 레드삭스의 심기를 흔들었고, 스켸줄상 299번째와 300번째 승리의 제물이 될 수 있는 상황. 숙적 양키스. 밤비노의 저주 등 양키스와는 맺힌 것이 많다.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결국 적지이자, 원정팀에게 가장 고약스럽다(?)는 양키스타디움에서 300번째 승리를 놓고 부담스러운 경기를 펼치게 됐다.

한 시즌을 보내다보면 선수나 팀이나 갈림길을 만나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한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시즌의 성패가 판가름 되는 경우도 잦다.

2003시즌 한국프로야구를 전망하던 전문가들은 두산 베어스의 시즌은, 초반 8경기에 달려있다는 말을 했다. 전력의 부침이 확실한 두산이지만, 초반 흐름에 따라서 이변도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두산은 첫 단추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첫 상대가 하필 전년도 우승팀이며 올시즌도 우승후보인 삼성 라이온즈. 결국 원정 2연전을 모두 7-6, 5-4 한점차로 졌고, 모두 종반에 뒤집어진 안타까운 역전패였다. 아직 시즌초반이지만, 최소한 지금까지의 부진은 그 탓이라고 쳐도 무방하다.

메이저리그도 마찬가지다. 올시즌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상승세는, 시즌 첫 5할승률을 올리던 4월 18일(한국시간) 몬트리올 엑스포스와의 원정경기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때까지 브레이브스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제구력의 마술사' 그렉 매덕스는 마운드에 오르면 뭇매를 맞았고, 새로 영입한 투수 폴 버드는 부상을 당했다. 뉴욕 메츠로 팀을 옮긴 톰 글래빈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시즌이 시작된지 16경기만에 첫 5할승률은 그래서 더 가치가 있었다.

두 팀은 초반부터 난타전을 전개했다. 브레이브스가 1점을 선취했으나 곧바로 2점을 내줘 역전을 당했고, 바로 1점을 얻어 동점을 만들었다. 두 팀은 1회부터 선취점(1-0)-역전(1-2)-동점(2-2)-역전(2-3)-역전(4-3)-역전(4-6)-역전(8-6)-동점(8-8)을 이루며 공방전을 펼쳤다.

그러나 결국 타선이 터진 브레이브가 연장 10회 대거 6점을 얻어낸 14-8의 승리를 거두며 경기가 끝났다. 그후 브레이브스는 한번도 5할승률 밑으로 내려간적이 없고, 현재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야구는 타이밍의 경기다. 타자는 투수의 공에 타이밍을 맞춰 쳐야하고, 투수는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아야 한다. 루상에 나간 주자도 마찬가지고 작전도 그렇다. 야구에서 특별한 작전, 기발한 작전은 없다. 상대팀과 우리팀이 쓸 수 있는 작전은 모두 알고 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쓰느냐가 문제다. 결국 타이밍 싸움이란 것이다.

길고 긴 162경기를 모두 이길 수는 없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을때, 승리가 필요할때 이길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강팀이다. 시즌을 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300승의 제물'이 된다면, 레드삭스는 한동안 슬럼프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

joins 유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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