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법조계 "박태환 대한체육회 징계는 이중처벌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핑파문에 연루된 수영스타 박태환이 24일(한국시간)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선수자격 정지 처분을 내린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징계에 따르면 박태환은 내년 8월 리우올림픽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문제는 국내(대한체육회) 규정.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1장 5조 6항에는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을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대표 선수 및 지도자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르면 박태환은 징계가 끝나는 2016년 3월2일부터 3년 간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

도핑에 대한 처벌이 엄격해지는 건 세계적 흐름이지만 이는 법적으로 '이중처벌'에 해당할 수 있다. 박태환이 법적으로 이를 잘 소명하면 대한체육회의 징계 조항은 다시 논의될 수 있다. 스포츠 분쟁 전문인 장달영 변호사로부터 이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박태환이 검찰 고소를 잘한 건가.

"장단이 있다. 고소를 하고 검찰 수사 결과이지만 박태환이 금지 약물이란 것을 몰랐다는 걸 확인 받았다. 고의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건 입증한 것이다. 그 점은 조금 유리하게 사용됐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금지약물 복용 행위에 있어서는 금지약물을 알았는지 몰랐는지에 대한 여부는 상관없다. 결정적으로 박태환이 책임을 면하게 할 수 있는 근거는 되기 어렵다. 또 수사 결과에서 박태환이 한 번이 아닌 최소 두 차례 약물을 맞았다는 것과 치료목적이 아니라는 것도 밝혀졌다. 그게 불리하게 작용됐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통상 이런 경우 2년 징계를 받는데 박태환은 어느 정도 고의적으로 맞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받아 18개월 징계를 받은 것으로 보인

-도핑 파문에서 살아남은 선수 사례가 있나.

"재미있는 케이스가 있다. 영국 육상계에서 일어난 일이다. 1994년 영국육상연맹 소속 다이앤 모달(Diane Modahl) 선수가 도핑검사에서 양성반응 나와서 4년 출전 정지 징계 받았다. 그런데 본인은 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연맹에 제소했고, 테스트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입증해 징계가 취소됐다. 테스트 방법에 오류가 있다는 게 밝혀져서 면책된 경우다. 이런 경우는 정말 특이한 경우다. 사실 도핑 양성 반응 후 살아남은 선수는 없다고 보면 된다."

-박태환이 검사 후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나.

"규정상 도핑에서 양성 반응나오면 임시로 선수 자격 정지가 된다. 그 이후부터 대회에 뛸 수가 없다. 박태환 양성 결과가 전국체전 중 통지를 받았는데, 그 때 선수 자격 정지를 쉬쉬했다. 결국 그런 부분이 선수에게 불리하게 작용됐을 수 있다. 양성반응이 나온 건 부인할 수 없다. 대처과정이 매끄럽게 이뤄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게 더 타격이 컸다. 1차 테스트 후 시인했지만 징계가 경감될 수도 있었다. 참작 사유가 돼 징계가 더 완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박태환은 2차 테스트를 하고 청문회도 연기하고, 이런 사정들이 도핑 청문회 패널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준 것일 수도 있다."

-스포츠 선수들이 꼭 인지해야하는 도핑 관련 내용들은 뭐가 있나.

"도핑은 외국에서 시작된 규정이라 선수들이 자주 접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선수들이 도핑 내용에 대해 잘 알아야겠다는 노력을 해야한다. 도핑 규정상 치료 목적 사용 면책 제도가 있다. 내가 몸이 아파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약물을 먹어야 하는데 금지 약물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면 사전에 이런 약물에 대해 신청하면 양성 반응이 나와도 괜찮다. 그걸 몰라서 피해를 본 선수들도 많다. 이런 제도를 잘 알아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도핑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숙지하고, 조금이라도 의문이 들면 한국에 있는 반도핑 기구에 문의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도핑 관련해서 사건을 맡은 적은 있나.

"있다. 그 선수도 결국 징계를 받았다. 사건마다 조금씩 다른데 양성 반응이 나오면 징계를 면하기 사실상 어렵다. 도핑테스트 양성 나왔을 때 선수 본인의 책임이 없어지려면 2가지 가능성이 있다. 1)도핑 절차가 위법했을 경우(절차 위반으로 양성 나와도 징계 무효-도핑 테스트 초기에는 종종 있었으나 요즘에는 경험이 많아 그럴 일이 거의 없음) 2)테스트 시료 관리 문제로 결과가 잘못 나왔을 경우. 이럴 땐 선수 본인 책임 면할 수 있다.

그러나 박태환은 그런 두 가지 경우가 다 아니다. 또 본인이 스스로 맞았다고 시인했고, 그 안에 금지약물이 있다는 게 밝혀졌다. 그럼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한 것은 '경기력 향상 목적이 아니다'라는 걸 입증을 해야하는데 못했다. 검찰 결과는 박태환이 '그런 약물임을 몰랐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이 사실로 '경기력 향상 목적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다른 부분이다. 도핑 규정은 금지약물인지 몰랐다는 걸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경기력 향상 목적으로 투여했나 안했나가 중요한 것이다. 그걸 입증하는 건 상당히 어려웠다."

-징계를 받고 불복하지 않을 경우 박태환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수 있다. 징계가 나온 후 21일 안에 항소해야 한다. 그런데 세계반도핑기구(WADA)도 가능하다. WADA가 보기에 FINA가 박태환에게 내린 징계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CAS에 항소할 수 있다."

-박태환이 대한체육회 규정으로 올림픽 출전이 어렵다.(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1장 5조 6항에는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을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대표 선수 및 지도자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즉, 박태환은 징계가 끝나는 2016년 3월2일부터 3년 간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

"동일한 도핑행위로 FINA로부터 징계를 받았는데 대한체육회로부터 또 징계를 받는다면 ‘이중처벌’이 아닐까? 이는 선수의 기본적 인권 문제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위와 유사한 규정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어 해당 규정이 폐지된 경우가 있었다. 2011년 10월 미국올림픽위원회(USOC)가 IOC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사건(CAS 2011/O/2422)에서 당시 도핑으로 6개월 이상 자격정지를 받은 선수는 정지기간 만료 후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규정(Rule 45 of the Olympic Charter)인 이른바 ‘오사카룰’에 대해서, CAS는 위 규정은 도핑에 관한한 모법(母法)인 국제반도핑기구(WADA)의 반도핑규정에 근거가 없고 ‘이중처벌(ne bis in idem)’이므로 무효이고 더 이상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IOC는 해당 규정을 폐지하고 2011년 10월 28일 각국 올림픽위원회(NOC), 국제연맹(IF) 등 관련단체에 팩스로 이러한 규정을 적용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하였다.

대한체육회도 그러한 공문을 받았을 텐데 2014년 7월에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제정하면서 미처 이를 확인하지 못하여 위와 같은 제한 규정을 둔 것이 아닌가 싶다. 위 제한규정의 취지와 도핑에 대한 엄중한 처벌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선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과잉 처벌은 또 하나의 스포츠 공정성과 관련한 선수인권의 문제가 될 수도 있으므로 대한체육회는 해당 규정의 폐지 여부를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또 규정에 제정 후 1년 동안은 수정을 못한다고 들었다. 즉 수정을 준비해도 오는 7월까지 이 규정이 적용된다는 뜻이다."

-어쨌든 박태환은 불미스러운 은퇴 기로에 서 있다.

"일반인이 이런 주사를 받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유명 스타 선수였기 때문에 파장이 더 큰 것 같다. 선수 개인들이 경각심을 더 가져야 한다는 걸 알게 됐을 것이다. 주사 약물을 복용할 때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는 것을 경고하는 계기가 됐다. 연맹도 선수에게 도핑을 맡기지 말고 철저하게 관리하고 체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