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불 잘 붙는 천막 텐트 옆 … 난로 연통, 가스통까지 전기 콘센트 덮개도 없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23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K캠핑장. 내부에 침대·냉장고 같은 편의시설을 갖춘 텐트 10개가 늘어서 있다. 이른바 ‘글램핑(glamping)장’이다. 텐트 옆면에는 난로 연통이 나와 있다. 텐트 안의 나무를 때는 난로(화목난로)에 연결된 연통이다. 현장을 점검한 백동현(가천대 설비공학과 교수) 한국화재소방학회장은 “연통이 뜨거워지면 텐트에 불이 붙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텐트 안 한쪽 벽에는 화목보일러가 있고, 한가운데엔 가스난로가 놓여 있다. 부탄 연료를 쓰는 조리기구도 설치됐다. 바닥은 나무 마루다. 불에 잘 타는 나무와 천(텐트) 안에 난방·취사기구가 잔뜩 들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소방기구는 여느 건물에서 흔히 보는 소화기 하나만 구석에 비치됐다. 백 회장은 “이런 텐트라면 최소 대형 소화기 2개는 있어야 화재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 안전도 허술했다. 외부 콘센트함은 덮개 없이 노출된 상태였다. 비가 들이치면 합선이 될 수 있다. 대부분 그렇듯 이 캠핑장 역시 양주시에 등록하지 않은 채 운영 중이었다. 소방안전점검도 받지 않았다.

 지난 22일 5명이 숨진 강화군 글램핑장 화재사고를 계기로 본지가 돌아본 캠핑장 현실이 이랬다. 대부분 등록돼 있지 않았고, 곳곳이 위험투성이였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S글램핑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텐트 안에 캠핑 트레일러를 들여놓았다. 트레일러 안에는 등유난로가 있었다. 하지만 소화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24개 텐트 모두에 소화기가 비치돼 있지 않았다. 이 캠핑장은 또 승용차 2대가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진입로가 좁아 큰 소방차는 들어가기 힘들었다.

 인천시 중구의 S캠핑장은 캠핑 트레일러를 1.5m 간격으로 붙여 놓았다. 불이 났을 때 바람이라도 불면 옆에 옮겨붙을 거리다. 선진국에서는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거리를 3m 이상 띄우고 있다. 캠핑장이 안전 사각지대란 점은 정부 기구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2013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캠핑장 43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40곳(79%)이 안전 최하등급을 받았다.

캠핑장이 안전사고에 취약한 이유는 대부분 미등록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전국 약 1800개의 캠핑장 중 등록 후 소방안전점검을 받으며 운영하는 곳은 97곳(5.4%)뿐이다. <본지 3월 23일자 10면>

 정부는 캠핑장 안전을 관리하기 위해 5월 말까지 모두 등록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리다가 봄철 캠핑객들이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문체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미등록업소를 포함한 모든 야영장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안전처는 “문체부·환경부·여성가족부 등 야영과 관련된 각 부처의 안전기준을 재검토하고 통합 안전관리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편 인천 강화경찰서는 화재가 난 글램핑장을 압수수색해 건물·토지계약서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글램핑장 소유주인 유모(63)씨와 운영자 김모(53·여)씨 등을 수사한 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전익진·이상언·최모란 기자 ijj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