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천안함 46인이 통곡할 방산 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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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는 26일은 천안함 폭침 5주년이다.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으로 장병 46명이 수장(水葬)됐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기습이었지만 그래도 천안함의 음파탐지기가 최신식이었다면 비극을 피했을지 모른다. 당시 탐지기는 1980년대에 제작된 것이었다. 한국전쟁이 터진 6월 못지않게 3월은 국가안보의 달이다. 그런 달에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인사들이 방위산업 비리 사법처리 대상이 되고 있다. 다른 방산 비리도 줄을 이었다. 또 다른 무기 관련 비리가 바다 밑 어뢰 파편처럼 숨어있을지 모른다. 46인과 한주호 준위가 통곡할 일이다.

 어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구속됐다. 부실한 장비가 장착된 해군 구조함 통영함의 납품비리 사건과 관련해 기기 시험평가서가 조작된 사실을 묵인한 혐의다. 그는 2009년 통영함 계약 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이었다. 방사청은 당시 H사로부터 2억원 상당의 음파탐지기를 총 41억원에 사들였는데 해당 기기의 성능은 70년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엔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이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해군 복지기금 수억원을 횡령하고 STX그룹으로부터 7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사법 당국은 그가 통영함 비리에도 연루됐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통영함은 부실 부품 때문에 해군에 인도되는 게 미뤄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건조되고 있는 소해함(掃海艦)이 여러 의혹에 휩싸였다. 방위사업청의 조사 결과 성능이 미달하는 음향탐지기와 성능검사가 부실한 기뢰 제거장치가 장착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부실 부품이 잇따라 적발됨에 따라 이 함정도 해군에 납품되는 게 3년 정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이번 사태가 비리와 관련된 것인지 조사하고 있다.

 감사원은 국내 최대 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원은 이 업체가 최근 수년간 구매한 수십억원어치 상품권 중 상당수가 군 관련 인사들에게 제공됐다는 일부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93년 나라를 뒤흔든 방산 비리가 있었다. 이회창의 감사원은 ‘율곡사업’이라고 명명된 노태우 정부의 대규모 무기·장비 조달사업에 대해 감사를 벌였다. 대표적으로 전직 국방부 장관 2인과 공군·해군참모총장 등 4인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20여 년 만에 한국군은 또다시 일부 수뇌부의 비리 태풍에 타격을 받고 있다.

 군은 방산 비리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방탄복·통영함 등의 납품비리로 구속됐던 현역 군인 5명 중 4명이 군사법원의 허가를 받아 풀려났다.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5년 동안 특별한 군사적 긴장사태가 없다. 그래서 군이 정신적 해이(解弛)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잇단 성(性) 관련 사건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군 통수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결연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