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글로벌 워치

한국의 언론 자유 순위가 하락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CSD) 석좌교수

한국이 민주국가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1987~88년 민주화 이래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우려할 정도로 쇠퇴하고 있다. 쇠퇴는 이명박 정부와 현 정부에서 가속화하고 있다.

 내 개인 의견이 아니다. 2011년 유엔 인권보고관 보고서를 비롯해 많은 인권기구가 이 문제를 지적했다. 세계 각국의 인권·자유 실태를 추적하는 비정부기구(NGO)인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는 2010년 한국의 언론 자유 상황을 ‘자유롭다’에서 ‘부분적으로 자유롭다’로 강등했다. 2011년에는 한국의 인터넷 자유에 대해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2010년 한국 언론의 자유를 세계 42위로 평가했다. 2015년에는 60위로 떨어졌다. 일본보다 높지만 아르헨티나·크로아티아·말라위보다 낮은 순위다. 인터넷 자유를 집중 조사하는 오픈넷 이니셔티브(OpenNet Initiative) 또한 한국에 대해 경고등을 켰다.

 이런 부정적인 평가가 양산되는 이유가 뭘까. 주된 이유는 명예훼손에 대한 지속적인 처벌 강화, 지나치게 엄격한 선거운동 관련 법규, 인터넷 콘텐트에 대한 검열 증가, 그리고 시대착오적인 국가보안법이다.

 명예훼손 처벌은 언론 자유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가 있다.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 명예훼손죄는 기자나 시민을 체포나 공판 전 구금 등의 대상이 되게 할 수 있다. 권력·경제 엘리트에 갑(甲)의 이점을 주는 법이다. 특히 정부 관료를 언론의 비판으로부터 막아주는 데 악용될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구사한 이 방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명예훼손 관련 소송을 더 흔한 것으로 만들었다. 주목할 만한 사례 중 하나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천안함 사건 조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신상철씨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4대 강 프로젝트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게시한 한 젊은이가 조사를 받은 후 자살한 비극적인 사건도 있었다. 최근에는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기소됐으며, 김어준·주진우씨가 재판을 받았다.

 한국의 선거법은 선거운동 기간과 방식을 규제한다. 시민단체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 없다. 심지어 정당을 지지할 수도 없다. 이러한 제한의 뿌리는 1950년대 말 이승만 정권으로 올라가지만 원래는 일본의 법을 베낀 것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현직에 유리한 법이다. 도전자들이 선거운동할 때 제약을 받으며 선거법을 어기면 공격적인 소송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거법 남용은 한국뿐 아니라 모든 민주국가에서 발생한다. 상대 후보의 주장이 사실에 기반하는 경우에도 ‘흑색선전’이라며 덮어씌우는 사례가 흔하다.

 한국은 세계에서 인터넷 사용 비중이 매우 높은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위헌 판결이 난 ‘제한적 본인 확인제’(2006~2012년), 즉 인터넷 실명제 같은 규제와 온라인 활동의 감시 증가는 인터넷 자유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된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익명성 유지를 사생활 문제 차원에서 다룬다. 실명제 같은 법규는 중국 같은 권위주의 정권에서 흔히 나타난다. 그런데 한국은 그러한 제도를 도입한 나라들 중 하나였다. 또한 한국은 특정 콘텐트를 필터링해 왔다. 그래서 한국은 네티즌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와 글로벌 서비스 제공자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의 국가보안법은 얄궂게도 식민지 시대 일본의 법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행정부는 이 법으로 반대파를 다뤘다. 국가보안법 제7조가 가장 큰 논란거리다. 1991년 개정된 다음에도 제7조는 반체제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기소할 수 있는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 법이 적용된 사례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은미씨 추방이나 황선씨 체포가 아니라 이석기씨의 유치한 발언에 대응해 통합진보당이라는 정당을 통째로 해산시킨 헌법재판소의 결정이었다. 정당을 해산했을 뿐만 아니라 행정부는 정부 조치에 대한 시위도 금지하기 위해 필요한 단계를 밟아 나갔다.

 명확히 해두자면 모든 민주국가는 언론 자유의 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증오언설(憎惡言說·hate speech)은 현재 미국 대학에서 논쟁 중인 토픽이다. 나라마다 외설물이나 국가 안보 문제에 대해 다른 결론을 내릴 것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기 위해 존 스튜어트 밀이 한 말을 인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다수에게는 인기가 없는 반체제운동가나 소수집단의 견해라도 진실일 수 있기 때문에 발표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어떤 주장이 거짓이라 하더라도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극좌와 극우를 다루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이 하는 말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국가보안법·명예훼손죄·선거법 등의 사안으로 분열됐다는 것 자체를 문제 삼으면 안 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다수파가 자유민주주의 유지에 필요한 근본적인 권리를 훼손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CSD)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