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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기업 살리는 수사지 검사들 기분 내려고 하는 수사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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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황교안(58) 법무부 장관이 19일 최근 검찰의 대기업 수사에 대해 “전면 광폭 수사가 아니다”며 “수천 개 대기업 중 비리가 포착된 극히 일부만 제한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장관은 특히 “광범위하게 검사들 기분 내려고 하는 수사는 할 수도 없고, 하려고 해도 내가 못하게 할 것”이라며 “기본 방향은 비리만 잘라내서 기업 전체를 살리는 수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살리기를 해야 한다고 해놓고 기업들 손발을 묶어 의욕을 떨어뜨리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취임 2주년을 맞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황 장관과의 일문일답.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통합진보당 해산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황 장관은 “해산심판 청구 후 괜한 오해를 살까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전화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지 2년이 지났다.

 “오래 한 장관으로 기억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할 일을 제대로 한 장관으로 남고 싶다. 지난 2년간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을 하려고 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해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받았다. ‘떼법’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불법집단시위는 끝까지 처벌한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세운 일들이 보람 있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반국가단체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던 이석기씨가 2012년 국회의원이 되자 그를 알던 검사나 법조인들은 걱정이 많았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이런 논의들을 해왔다. 2013년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이 터지면서 본격적으로 정당해산을 검토했다. 헌법에 규정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이라고 판단해 헌법재판소에 보낸 것이다.”

 -지난해 11월 헌재에서 마지막 변론을 했는데.

 “당시 제궤의혈(堤潰蟻穴·작은 개미굴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는 뜻)이란 말을 인용했다. 우리가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안타까움과 절박함 때문에 사용한 표현이었다.”

 -박한철 헌재 소장과는 사법연수원(13기) 동기로 공안 분야에서 함께 일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후에는 따로 연락해서 만난 적이 없다. 공식 행사장에서 마주칠 때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전화통화도 한 적 없다. 괜한 오해로 진실이 가려질까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2013년 ‘내란 회합’ 나머지 참석자에 대한 수사는.

 “입건한 사람도 있지만 아직 내사가 진행 중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의) 경계선에 있는 사람이 많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통진당 해산 후속 대책으로 정부에서 받아간 돈을 회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런 정당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마크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이 있었는데.

 “그런 테러가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 우리 법 체계가 테러에 취약하다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국회에 이미 테러 관련 법안이 제출된 것으로 안다. 아울러 테러 대응 때문에 국민 인권이 침해돼서도 안 되는 만큼 그런 부분을 감안해 법 제정이 추진돼야 한다.”

 -지난해 카카오톡 검열 논란으로 ‘표현의 자유 위축’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표현이 잘못 전달됐다. 카카오톡을 모니터하는 건 법률적으로 불가능하고 만약 한다면 검사든 경찰관이든 처벌할 것이다.”

 -이완구 총리의 ‘부패척결’ 담화 후 전면적인 사정수사가 시작됐다.

 “지난해 국가적 슬픔을 가져온 사건 등 당면 현안으로 인해 검찰 수사에 공백기가 있었다.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지난해 10~11월부터 내사가 진행됐고 검사들이 많은 자료를 축적해 지금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임기 3년차 레임덕 때문에 전(前) 정권을 수사한다는 지적이 있다.

 “우리는 정당을 보는 게 아니라 범죄를 본다. 시기를 보는 게 아니라 증거를 본다. 전 정권 실세들이 거론된다고 하는데 자원외교의 뿌리는 그보다 이전인 2005년께 시작됐다. 백수십 건이 넘는 자원개발 사업 전체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비리가 포착되고 냄새를 풍기는 사업을 들여다 보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친이계 의원들이 반발하지 않나.

 “나는 친이(親李)·친박(親朴)이 뭔지, 그 뿌리가 뭔지 모른다. 친이·친박, 이런 건 우리 관심 사항도 아니고 처리 기준도 아니다. 수사 착수의 단초도 아니다. 총리 담화 바로 다음 날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이 있었다고 하는데 담화 전에 이미 압수수색영장을 받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수사에 청와대, 특히 우병우 민정수석의 입김이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우 수석보다 더 특수통인 전문가가 검찰에 많다(웃음). 지금 우리 정부가 한 개인이 이렇게 가자고 해서 이렇게 가고, 저렇게 가자고 해서 저렇게 가지는 않는다. 총리는 자신의 역할에 맞게 얘기한 것이고 우리는 우리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기강 잡기라는 지적에 대해선.

 “누구를 처벌하고 싶다고 붙잡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지 않나. 그렇게 한 사람이 거꾸로 돌팔매를 맞는다. 물론 나쁘다고 의심 가는 행동을 하면 처벌하고 싶다. 그러면 증거를 찾아야 한다. 증거가 없으면 아무리 미워도 처벌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범죄가 없으면 수사도 없다. 합법적으로 잘하는 기업은 전폭적으로 도울 것이다. 다만 비리 기업은 법대로 처벌하자는 것이다. 수천 개 대기업 중 비리가 있는 기업만 수사하는 것이다. 전면 광폭수사, 이런 게 전혀 아니다. 넓은 의미의 비리에 불법과 부적절한 부분이 있을 텐데 그중 처벌하는 건 불법에 국한된다. 지금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고 보여지는 기업들도 전부 보는 게 아니다. 미운 기업이 아니라 불법적 비리가 있는 극히 일부 기업에 대해 제한적으로 수사하는 것이다.”

 -경제살리기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경중이 있는 건데, 작은 종기가 난 걸 가지고 팔을 잘라버리면 안 되지 않나. 기본적인 우리 방향은 살리기 위한 수사다. 잘못된 기업인은 처벌해 일반적인 다른 기업인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하는 수사다. 아주 광범위하게 검사들 기분 내려고 하는 수사는 할 수도 없고, 내가 못하게 하겠다.”

 -최근 김영란법에 대한 위헌성 시비가 있었다.

 “한국 사회의 청렴성 제고라는 국민의 여망이 있다. 이 법에 그런 여망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는데 법이 잘 집행돼서 공정한 사회를 이루는 데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시행해가면서 개선할 부분을 모색할 것이다.”

 -기업인 가석방에 대한 입장은.

 “기업인에 대해 특혜도 없고, 불이익도 없다. 조건을 갖추고 국민 여론이 형성된다면 기업인이라고 불이익을 줄 수 없는 것 아니냐. 재소자들이 교도소 내에서 번 돈을 자발적으로 기부해 행형(行刑) 성적에서 가점을 받는다. 체육인들은 체육봉사로, 기업인들은 경제살리기로 기여할 수 있다. 이런 행형 성적과 나이·죄질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대상을 정하는 것이다.”

 -헌재가 간통죄 위헌 결정을 했다.

 “위헌 결정은 간통죄에 대해 나온 것이다. 모든 것이 면책되는 게 아니고 민사적인, 가족법상의 제재는 남아 있다. 간통죄 폐지로 가정이 무너져서는 안 된다. 형사처벌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성숙한 가정 지키기가 될 수 있도록 보완 대책을 관계 부처와 협의할 것이다. 민법의 주무부처가 법무부다. 민법을 개정한다든지 하는 문제를 우리가 검토할 수 있는 것인데,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기구도 만들고 해서 충분히 숙의할 것이다.”

 -앞으로 역점을 둘 분야는.

  “법률서비스를 통한 복지다. 누구나 법률서비스를 받도록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마을변호사’ 제도를 도입했다. 변호사 1488명을 모집해 국내 1412개 읍·면별로 전국 어느 마을에서든 무료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만난 사람 = 권석천 사회2부장
정효식·박민제 기자 jjpol@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황교안 법무부 장관=취임 2주년을 맞은 지난 11일 직원 조회에서 “법무 가족은 자유민주주의에 도전하는 세력에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 시절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출간해 ‘미스터 국보법’이라고 불리던 공안통이다. 2005년 서울지검 2차장으로 동국대 강정구 교수에 대해 구속 방침을 세웠으나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불구속하라’며 사상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에 당시 김종빈 검찰 총장이 사퇴했다. 황 장관도 이 일로 2008년에야 검사장에 승진했다. 재임 2년을 넘긴 법무부 장관으론 김영삼 정부 때인 1997년 안우만(재임 2년2개월) 장관에 이어 18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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