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기세와 배짱에서 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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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준결승 2국>
○·스 웨 9단 ●·김지석 9단

제8보(68~82)= 하변 흑의 움직임이 나비처럼 부드럽다. 뛰어들어 살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백 세력을 낮게 흩어놓기만 하면 되니까 부담이 없다.

 백68에 흑69. 바람을 탄 깃털처럼 경쾌하게 날아오른다. 백70은 공수의 급소. 지키면서 흑을 압박하겠다는 뜻인데 김지석은 그 정도론 어림없다는 듯 우상귀 흑 71로 밀어간다.

 기세싸움마저 밀릴 수 없는 노릇이라 백 72로 하나 밀어두고 중앙 백74로 재차 압박했다. 자, 달아나 보시지. 고생은 각오해야 할 것이야. 그런 기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인데 김지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상귀 흑75로 계속 밀어간다. 그래? 누가 더 급한지 한번 해볼까? 그런 배짱.

 배짱에서 스웨가 밀렸다. 이쪽은 생사가 걸려있어 어쩔 수 없다. 박영훈 9단이 고개를 젓는다. “여긴 너무 커요. ‘참고도’ 백1로 막았어야 했어요. 안팎 15집은 손햅니다.”

 중앙 백74가 두고 싶은 공격의 요처이긴 하지만 그 대가로 내준 우상귀 흑75는 폐부를 찌르는 급소다.

 백76으로 몰아준 것도 흑 세력의 흠집을 없애준 악수가 분명하고 백78로 막은 뒤에도 흑 79, 81을 당해 백82의 후수로 웅크리고 살아야 하니 뼈가 저리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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