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해마다 수능제도, 학생을 '모르모트'로 아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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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현재 고등학교 1, 2, 3학년생은 모두 다른 수능시험을 치르게 된다. 3학년은 국어·수학·영어·탐구과목을 치르지만 1, 2학년은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추가됐다. 또 고 1은 영어를 절대평가방식으로 치른다. 수능 만점비율이 1%포인트만 달라져도 난이도 조정을 잘못했다고 난리가 나는 상황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변별력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17일 수능개선안을 내놓으면서 영어의 EBS 지문 연계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의 방침이 애매모호하자 학생들은 EBS 교재 중심의 공부방식을 바꿔야 하는지 불안해하고 있다.

 수학도 현 고2는 수준별 A·B형에서 이과는 가형, 문과는 나형으로 바뀐다. 매년 수능시험 제도가 달라지다 보니 교사들조차도 헷갈릴 정도다. 오죽하면 11일 치러진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 때 일부 학교에선 시험지를 잘못 배부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겠는가. 국어도 마찬가지다. 고3 학생은 국어·화법·작문·독서·문학으로 나눠 배우고 있는데 고1, 2학년생은 국어I·국어II·고전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수능제도 변경으로 인한 혼란이 현재 고1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부와 수능개선위원회에서 수능 개선안을 논의 중이기 때문에 새 수능안이 나오면 현재 중3 학생은 현 고1 학생과 다른 형태의 수능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2021학년도엔 문·이과 통합교육 과정에 따라 대대적인 수능제도 개편이 예고돼 있다.

 학생과 학부모는 매년 달라지는 제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육부는 수능제도를 바꿀 때마다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명분을 내건다. 하지만 이렇게 제도가 자주 바뀌면 학생들의 불안감만 커지고 적응속도가 빠른 학원과 입시컨설팅업체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의 ‘땜질식’ 수능제도 변경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 될 공산이 크다. 학생들을 입시제도의 ‘모르모트’ 정도로 취급하는 무책임한 짓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비전을 갖고 확 뜯어고칠 게 아니라면 차라리 당분간 장단점을 평가하면서 지켜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