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제 국민은 말이 아니라 행동을 주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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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청와대 3자회동 이후 정국에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의견을 모으고, 국회에 계류돼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보건의료 부문 제외)을 처리키로 하는 등 ‘대화 정치’의 가능성을 열었다. “박 대통령의 생각을 알 수 있었고, 박 대통령도 얘기를 경청해줬다”고 평가한 문 대표나, “대통령으로서 경제 한번 살려보겠다는데 그것도 도와줄 수 없느냐”며 협력을 당부한 박 대통령, 두 사람 모두 대화를 통해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런 다짐이 구두선에 그치느냐, 아니면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느냐는 ‘입’이 아니라 ‘발’에 달려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모처럼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가 조성돼 가고 있는 만큼 여야는 대화의 불씨를 살려 경제 회복을 위한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한다. 우선 여야의 지도자들이 필요성에 공감한 공무원연금 개혁부터 시동을 걸고 고삐를 바짝 좨야 할 것이다. 문 대표는 “우리 안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 재정절감 효과와 노후불안 해소가 가능한 안”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야당은 공무원 노조 설득이 우선이라며 일부 내용만 공개했을 뿐 종합적인 안을 내놓지 않아왔다. 그러나 문 대표 스스로 자체안이 마련돼 있음을 밝힌 만큼 이제는 당당히 협상안을 내놓고 타협점을 모색하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인사혁신처도 조속히 정부안을 내놔야 한다. 이근면 처장이 지난달 초 어설픈 안을 내놨다가 비판을 받았는데, 이제는 정부의 개혁 의지를 담은 제대로 된 안을 제시할 때가 됐다. 여당·야당·정부의 세 가지 안을 놓고 막판 대타협을 해야 한다. 공무원연금개혁 대타협기구의 활동 시한(28일)이 가까워오는 만큼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 이 시한을 지켜야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여야가 정한 국회의 연금개혁 특위 활동 시한(5월 2일)이 4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 전월세 대책, 법인세 인상 등 경제 현안에 대해서도 본격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이런 문제들은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현격한 견해차를 드러냈을 정도로 여야의 입장차가 큰 사안이다. 그런 만큼 더 많은 대화를 통해 격차를 좁히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영수회담이든 3자회담이든 형식과 장소에 구애받지 말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만나 견해차를 좁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회담의 진행과정에서 호평을 받은 이병기 신임 비서실장의 소통 능력이 앞으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어제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근거 없는 위기론은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켜 경제활성화에 역행한다”는 보도자료를 내 문 대표의 주장을 반박한 건 부적절하고 신중치 못한 행동이다.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사거나 자칫 모처럼 조성된 대화 무드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가볍게 넘겨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