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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소버린 못믿어"…적대적 M&A로 SKT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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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SK그룹이 SK㈜의 대주주인 소버린 자산운용에 의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당할 가능성에 대비해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버린이 장기투자자가 아닌 적대세력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SK측이 적극적인 경영권 방어태세에 나선 것이다. 21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SK그룹 M&A 대책반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버린이 SK㈜ 경영권 확보를 통해 SK텔레콤 지배를 노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SK그룹은 소버린이 SK㈜의 지분 14.99%를 확보, 이 회사의 최대주주로 부상한 직후부터 M&A 대책반을 구성하고 소버린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주력해왔다.

대책반은 '소버린의 적대적 M&A 시나리오'를 사전준비-지분매집-SK㈜의 경영권 확보-SK㈜를 통한 SK텔레콤 지배 등 4단계로 분류했다.

대책반은 현 시점인 3단계에서 소버린은 SK글로벌의 청산을 유도해 '주인없는 SK'를 만들거나 청산이 안될 때에는 보유 지분 일부를 흑기사(경영권 탈취를 돕는 제3세력)에 매각하는 방법으로 SK㈜의 경영권 확보를 시도할 것으로 분석했다.

소버린이 SK㈜가 글로벌을 지원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 채권단 측이 그룹지원이 없다며 글로벌을 청산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경우 소버린은 자연스럽게 SK㈜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글로벌 청산이 안될 경우에는 소버린 측은 보유지분을 매각하겠다고 공표해 주가를 떨어뜨린 뒤 연합세력을 통해 SK㈜ 주식을 저가 매집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보유지분을 일부 매각(14.99%→9.9%)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예컨대 소버린이 지분 5% 가량을 팔면 자신들의 지분율이 10%미만으로 떨어지면서 SK㈜는 외국인투자기업의 지위를 상실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출자총액제한이 부활돼 계열사 우호지분이 급감(24%→6%)하게 되고 이 때 소버린이 지분 9.9%로 최대주주가 돼 연합세력의 지분과 합칠 경우 사실상 SK㈜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그 뒤 소버린은 SK텔레콤을 제외한 전계열사의 지분을 정리, SK㈜의 독립을 추진한 뒤 SK텔레콤의 대주주(20.85%)로서 SK텔레콤을 지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사실상 SK그룹의 해체를 의미한다.

대책반 관계자는 "소버린이 SK㈜의 글로벌 지원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지분매각도 불사하겠다고 한 것은 단순한 압박용 카드로 보기 힘들다"며 "최초 투자시점부터 법률자문을 받는 등 치밀한 전략을 구사해온 점을 볼 때 고난도 M&A 전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소버린의 M&A 시도 가능성에 대비해 외국계 컨설팅사의 자문을 구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M&A 전문가는 "소버린이 채권단과 SK간 협상과정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가에 따라 M&A 의도가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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