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로배구 PS 키맨 인터뷰② OK저축은행 송희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진 중앙포토DB]

최근 프로배구에서는 리시브가 가장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스파이크 서브가 점점 강력해질 뿐만 아니라 무회전으로 날아오는 플로터 서브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면서 전문 리시버들조차 진땀을 흘린다. 20일 시작하는 남자 프로배구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1~3위 삼성화재·OK저축은행·한국전력의 대결도 결국 '리시브 싸움'에 달려 있다. 리시브 라인을 책임지는 삼성화재 류윤식(26·1m96㎝)과 OK저축은행 송희채(23·1m90㎝)·한국전력 서재덕(26·1m94㎝)의 어깨가 그만큼 무겁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세 선수를 만나 경쟁자인 두 선수에 대한 느낌, 그리고 올 시즌을 마친 소감을 들었다.

올 시즌 OK저축은행은 창단 2년차라고 보기 어려운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 지난해 6위(11승19패)에 그쳤지만 2위(25승11패)로 수직상승하며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새 외국인선수 시몬과 주포 송명근, 그리고 김세진 감독의 지도력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숨은 주역이 바로 송희채다. 송희채는 든든한 리시브로 OK저축은행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해냈다.

-프로 첫 시즌인 지난해보다 힘들지 않았나.

"지난해보다 경기 일정이 빡빡해졌고 외국인선수와 서브가 더 강해진 것 같다. 힘들긴 했지만 성적이 좋다 보니 기분은 좋다. 내가 좀 못해도 다른 선수들이 돠와서 지지 않는 경기를 하기도 했다. 올해 5세트를 많이 간 게 흠이지만 역전승도 많이 하는 등 잘 마친 것 같다.

-배구에서 서브 리시브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어릴 때는 공격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었다. 우리 팀에서 리베로를 빼면 내 키가 제일 제일 작은데 서브 리시브가 안 되면 돌파구가 없는 거라고 본다. 올해 레프트 중에서 리시브율(64.5%)이 제일 높은데 자부심이 있다."

-서브리시브를 많이 하게 된 건 언제부터인가."

"경기대 1학년 때는 (송)명근이랑 반반 정도 공격을 맡았다. 그런데 명근이 키가 점점 커지고 근력이 좋아지면서 중앙파이프 공격을 많이 하게 됐다. 후위에서 득점력이 좋아지니까 극대화시키기 위해 역할을 나눴다. 그게 1학년 말 때였다. 아무래도 비중이 적어지면 공격할 때 감이 떨어진다. 처음에는 '나도 할 수 있는데'라는 어린 마음에 반발도 있었는데 이기는 게 중요하지 않나. 프로에 오기 얼마 전에는 그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포지션 경쟁자인 서재덕과 송희채를 평가한다면.

"재덕이 형은 라이트로서 대표팀에서도 공격력이 으뜸이지 않나. 공격력이 훨씬 좋다. 윤식이 형은 스파이크 서브가 좋더라. 변칙으로 서서 치는데 꾸준하면서도 볼은 빠르다. 그나마 내가 나은 점은 블로킹이다.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쉬는 동안 지난해 경기를 많이 봤고, 훈련도 집중적으로 했다. 사실 눈과 머리로 알아도 몸이 못 따라줬는데 올해 시몬이 오면서 높이가 좋아졌고, 코트에서 전위 선수들끼리 약속된 플레이와 대화를 하면서 좋아졌다."

-상대팀에서 서브받기 힘든 선수는 누구인가.

"재덕이 형이다. 코트에서 더 가깝게 때리는데 공의 스피드가 빠르다. 범실도 별로 없다. 초반엔 정말 힘들었는데 오버 토스가 더 쉽더라. 공이 빠르니까 손가락 부러지는 줄 알았다. 이제 어디로 떨어지는지 아니까 그나마 좀 나아졌다. 쥬리치도 힘들다. 휘슬이 불면 바로 때려서 리듬이 다르다. 1번 자리(후위 오른쪽)로 잘 때리는데 휘어들어와서 판단이 어렵다. 아웃 같은데 인일 때가 있다. 그래도 역시 가장 힘든 건 레오다. 삼성화재에서는 (유)광우형도 어렵다. 빠르다. 사람 사이를 보고 치는 느낌이다."

-김세진 감독이 특별히 주문하는 점이 있나.

"정해져있다. 초반에 집중해서 리시브 하는 것과 2단 연결할 때 세터가 못하면 토스를 올리는 것. 리시브를 할 때 오버핸드로 자주 하다 보니 토스도 잘 되더라. 토스 연습도 집중하고 있다. 서브에 대한 흐름의 중요성도 강조하신다. 그 세 가지다."

-비슷한 스타일인 석진욱 코치가 어떤 조언을 해주나.

"많다. 부담 주시려고 하는 거 아닌 걸 알기 때문에 귀 기울여 듣는다. 내가 좀 더 집중하고, 훈련할 때도 더 밝게 나서서 파이팅도 주도하라고 하신다. 첫 해에는 발 움직임이나 자세같은 기술적인도 많았는데 요즘에는 팀에 더 융화되고. 처지지 말고 운동하라는 조언이 많다."

-운동선수들은 빨리 결혼하는 경우도 많은데.

"지금은 여자친구가 없다. 어렸을 때는 24살이나 25살에 결혼하고 싶었는데 요즘은 모르겠다."

-남는 시간에 주로 뭐하는지.

"다른 사람들처럼 차에도 관심이 없고, 신발이나 이런 거도 안 좋아해서 휴가 생기면 친구들 만나서 노는게 다다. 집에서 위닝일레븐(축구게임) 같은 거나 한다. 집이 정읍인데 명절 때나 간다."

-졸업을 1년 앞두고 프로에 왔다.

"솔직히 당시에는 반반이었다. 가고 싶은 생각도 있고, 가면 학교에 미안하기도 하고. 설렜다. 그냥 나가고 싶은게 아니라 새로운 팀이 창단되서 오자마자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기회도 있으니까. 솔직히 내가 다른 팀에 가서 바로 주전을 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란 걸 알았다. 그런데 드래프트 신청 마감 날까지 모르고 있다 학교에서 결정을 내려서 어안이 벙벙했다."

-그래도 일찍 프로에 온 게 도움이 되지 않나.

"물론이다. (정)지석(대한항공)이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와서 레벨이 오른 것 같다. 학창 시절에도 나이가 어린 걸 생각하지 않고 고등학생이면 한두해 형들을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내 자신을 채찍질했다. 프로에 1년 빨리 오다보니 리시브 성공률은 부족하지 않은 거 같은데 눈에 띄는 에러나 경험이 부족한 걸 느꼈다."

-한층 성장한 게 느껴지는데.

"신인 때 비해 2년차의 모습으로는 만족한다. 꾸준해지고 블로킹을 보강하자는 생각인데 두어 번 정도 미끄러진 것 빼면 시즌을 잘 마쳤다. 내가 잘 한다고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선수들을 믿으면서 내 몫을 하려고 했다. 점수를 주자면 60점? 2년차로서 세운 목표치를 기준으로 하면 90점, 100점 될 것 같다."

-대표팀에 잠깐이지만 가봤다. 또 가고 싶지 않다.

"한 달 반 정도 있었는데 형들이랑 같이 운동해 보고 '진짜 잘 한다'고 느꼈다. 사실 명근이나 (이)민규가 제일 부러운 것도 그 부분이다. 사실 대학 때 여오현 선배와 같이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명근이도 대표팀 갔다온 뒤 '오현이 형 대박이다. 실력도 좋고 파이팅도 좋다'고 얘기해주더라. 같은 라인에 서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고 싶었다. 그런데 대표팀에서 은퇴하셨다(웃음). 아쉽다. 사실 (곽)승석이 형이나 재덕이 형, (김)정환이 형이 잘해서 아직은 제치고 갈 수 있는 실력이 아니다. 그래도 가고 싶다."

-우리팀에서 포스트시즌에 미쳐야하는 선수가 있다면

"명근이다. 한 번 터지면 막기 힘든 스타일이다. 시몬과 명근이가 스파이크 서브를 넣기도 한다. 다 잘 해야겠지만 명근이까지 양쪽에서 터져야 막기 힘들다."

-포스트시즌 상대팀 중 어떤 팀이 더 어렵나.

"글쎄, 일단 한전을 이겨야한다. 물론 삼성화재도 어렵다. 기본기가 좋다. 연결이나 수비 집중력 보면 대단하다. 저렇게 배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한전도 절대 쉬운 팀이 아니다. 후반 들어서 수비가 좋아졌다. 강팀이 되려면 수비를 잘해야된다고 감독님도 말씀하신다. 우리는 범실도 많고 수비도 흔들릴 때가 있다. 그래도 자신있다."

용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