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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돌풍」…민주당전열엔 혼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대통령선거를 향한 첫 예선전에서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1위를 차지한 「게리·하트」상원의원은 28일밤 『나는 이제 다크 호스가 아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의 승리를 전혀 점치지 못했던 미국의 정치 평론가들은 뉴햄프셔의 충격속에서 46세의 이 젊은 정치인이 민주당의 대마격인 「먼대일」에 어느정도 강력한 도전자가 될지를 자신있게 전망하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29일 사설에서 「하트」의원이 초기 예선에 능한 인물이라고 평가함으로써 그의 등장을 대수롭지 않게 춰급하면서 이번 승리를 계기로 그는 자신이 대통령 그릇이 되는지를 유권자들에게 증명할 기회를 얻은 정도라고 평했다.
사실 전국적인 지명도와 조직 및 자금면에서 그는 2년전부터 지반을 굳혀온 「먼데일」의 적수가 아니다. 반면 「하트」가 갖고 있는 강점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부터 일기 시작한 그에 대한 선풍적인 인기다.
「게리·하트」는 마치 왕년의「케네디」와 「지미·카터」가 그랬듯이 「신풍」을 불러일으키려 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정책대안보다는 자기가 구세대 정치인들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신세대」를 대변한다는 이미지 부각에 역점을 두고 있다.
「먼데일」이 「험프리」를 자기의 정치적 대부로 내세우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는 기회있을 때마다 「케네디」와의 인연을 내세운다. 「케네디」가 취임연설에서 『횃불은 새 세대 지도자에 넘겨졌다』고 말한 것을 인용해서 자기가 『미래에의 선택』을 재시 한다고 주장해 왔다.
연설의 스타일과 어조도, 미남인 점도 「케네디」를 닯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가 밝힌 정책들을 보면 그가 말하는 새로운 이념, 새 세대의 새 아이디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 그가 밝힌 것중 다른 민주당 후보와 구별되는 것은 무역면에서 보호주의 보다는 연방정부의 지원으로 미국상품의 경쟁력을 높여야 된다든가, 미군을 직업군인 위주로 축소, 정예화해서 전력을 강화해야 된다는 등 지엽적인 것이다. 외교문제에 있어서는 다른 후보나 비슷한 진보파 노선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하트」후보가 뉴햄프셔에서 승리할 수 있은 요인들은 다음과 같이 지적된다.
△「먼데일」의 이념적공약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탈 이념적인 「새 지도자」를 선택했으며 △특히 젊은층이 「하트」를 지지했고 △약자에게 표를 모아주는 뉴햄프셔 주민들의 전통적성향과 △「먼데일」이 노조등 이익단체의 강력한 지원을 받은데 대한 일반유권자들의 반발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게리·하트」는 37년11월28일 캔자스주에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가난한 중고품 자동자 세일즈 맨의 외동아들로 태어났다. 고학으로 예일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학생으로서 「존·케네디」의 대통령선거에 지원자로 참가하면서 정치에의 첫 걸음을 디뎠다.
64년에는 「로버트·케네디」를 따라 법무성에 고문변호사로 들어 갔으며, 68년엔 「로버트·케네디」의 대통령선거 운동원으로, 72년에는 「맥거번 의 선거참모장으로 활약했다.
이 처럼 그는 민주당의 진보파인사들 아래서 정치수습을 했다. 그러나 75년상원의원에 당선된후 2선을 거치는동안 그가 원내에서 보인 투표성향은 「먼데일」 「크랜스턴」 「맥거번」보다는 「오른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는 한 때 목사가 되려다 정치에 투신했으며 천성은 약간 수줍은 「이상주의자」라고 친구들은 말한다.
술과 담배는 입에 대지도 않으며 『신민주주의』 라는 저서도 하나 썼다.
「게리·하트」의 승리 때문에 「먼데일」을 선두주자로 해서 3월말 안으로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명전의 대세가 결정되고 「레이건」에 대한 민주당의 단합된 공세가 조기에 시작될 것이라는 질서정연한 시나리오는 뿌리째 흔들려 버렸다.
「먼데일」진영에서는 뉴햄프셔예선을 에베레스트산이라고 평했었다. 「먼데일」이 그것만 우세한 표차로 넘어서면 나머지는 탄탄대로라는 뜻이다.
이제 그 에베레스트산에서 고배를 마셨기 때문에 다음 관문은 6개주(대의원총수 4백51명) 에서 한꺼번에 예선이 실시되는 3월13일이 된다. 이 날을 신문들은 「초 화요일」이라고 부른다.
이 날의 대접전에서 「먼데일」「하트」 「글렌」간에 벌어질 각축전의 결과가 현재 관심의 초점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민주당의 후보 정립이 늦어질 수록 「레이건」대통령의 입장은 더욱 유리해 진다는 점이다. 【워싱턴=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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