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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차관보 동시 방한 … '사드·AIIB 압박' 커지는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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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은 하자고 하는데 중국이 반대한다. 한·미 간 이슈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얘기다. 반면 중국에선 하자고 하는데 미국이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도 있다. 한·중 경제외교 현안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다.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외교의 현주소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한국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외교 당국 차관보급 인사가 이번 주 서울을 방문한다. 동시 방한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시기적으로 묘한 우연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15일 오후 늦게 입국한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는 18일까지 한국에 머문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6∼17일 방한한다. 이들은 카운터파트인 외교부 이경수 차관보와 면담한 뒤 조태용 1차관을 예방할 예정이다.

 류 부장조리의 방한은 사전에 계획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이 차관보가 중국을 방문한 데 대한 답방 형식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7월 부임한 류 부장조리로선 처음 한국을 찾는다. 그는 제주도 방문 일정 등을 소화한 뒤 18일 일본으로 건너간다.

 반면 러셀 차관보의 방한은 최근에 결정됐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 발언으로 한국 내에서 한·미 관계에 이상기류가 감지된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자 양측에서 고위급 인사 교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이 발생, 러셀 차관보가 부랴부랴 방한하게 됐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러셀 차관보는 한국만 방문한다 ” 며 “리퍼트 대사 피습 건을 계기로 한·미 관계가 굳건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사드나 AIIB 등은 그의 업무가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한미연합사령부가 사드 배치 후보지를 조사했다고 공식 확인하고, 12일(현지시간) 영국이 AIIB에 참가하겠다고 선언한 뒤라 현안들이 어떤 형태로든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할 경우 동북아 지역 내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AIIB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 등 국제기준을 충족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이 AIIB를 통해 미·일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을 견제, 국제 금융질서의 판도를 흔들려 한다는 게 미국의 인식이다.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 사드와 AIIB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방한해 사드와 AIIB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힌 뒤 한국에 오는 중국 당국자들은 같은 얘기들을 하고 있다. 류 부장조리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AIIB 문제로 영국에 ‘뒤통수’를 맞은 미국으로선 중국의 압박을 받는 한국에 AIIB의 투명성 확보 등 원칙을 재강조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지혜·안효성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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