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폐수 하루 254만 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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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국적으로 산업폐수를 방류하는 업소가 작년말 현재 5천9백24개소에 이르며 이들이 배출하는 폐수량은 하루에 모두 2백54만여t인 것으로 환경청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 조사에 따르면 업종별 폐수배출량은 제일차금속에 의한 폐수가 하루 1백44만t으로 전체 폐수량의 50%에 이르러 가장 많다. 규모별로는 하루 1천t이상을 배출하는 업소가 87·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폐수에 의한 각하천의 생물 화학적 산소 요구량(BOD) 기준으로 오염도를 보면 금호강이 1백51·9PPM으로 오염이 가장 심하고 한강지류인 안양천이 1백26·6PPM. 중랑천이 78·2PPM, 금강의 갑천이 67· 7PPM등 전국 하천의 오염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천의 오염은 하천자체는 물론 이 하천이 흘러가는 연안해역까지를 오염시켜 자연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위협한다. 우리가 흔히 목격하는 물고기와 조개류의 떼죽음, 바다의 적조현상에 의한 연안양식어업의 황폐화가 모두 이러한 산업폐수로 인한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산업폐수의 피해는 이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한시도 빼놓고는 생활자체를 생각할 수 없는 식수원을 오염시키게 되며, 농업용수의 오염은 결국 우리가 매일 식량으로 하는 곡물과 야채의 중금속오염으로까지 영향을 미침은 물론이다.
지천과 강, 그리고 바다가 이러한 엄청난 양의 공장폐수에 의해 오염돼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이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결코 약한 것도 아닌데도 이 현상이 전혀 개선되거나 중단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은 다시 한번 우리에게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크고 작은 공해사고가 날 때마다 공장폐수의 정화시설을 업소마다 의무화하고 위반업소에 대한 고발·배상조처가 발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어디에 원인이 있을까. 그것은 우리의 생활환경의 오염에 대한 우려와 경고만 무성하게 떠들어댈 뿐 실제로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해당 업소나 당국에 의해 추진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이것은 경제와 사회의 개발과 부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연유한다.
국가경제의 공업화는 불가피한 일이며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으로서 대기의 오염이나 산업폐수의 방류가 불가피한 일일수도 있다. 효율의 극대화에만 집착해야 했던 공업화 초기의 실책마저 거슬러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 경제력과 그 규모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대기와 수질의 오염을 어쩔 수 없이 방치해야할 만큼 영세한 정도는 벗어났다고 보아야 한다.
당국과 산업체가 과거의 타성에만 젖어 산업폐수에 무감각해서는 안된다. 한편으로는 부의 축적을 위한 공업화가 추진되고 한편으로는 생명의 근원을 좀먹는 산업폐수를 방류한다면 부자체는 누구를 위한 것이 될 것인가.
산업발달과 병행하여 공해에 의한 생명의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개발 못지 않게 중요한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개발과 환경보호의 균형적 발전이 중요하다.
산업폐수에 대한 당국의 규제기능을 보다 강화하고 강력한 실천을 촉구한다.
정화시설 등 공해방지 설비가 안돼 있는 업소는 연차적인 설비계획을 세워 완벽을 기하도록 유도할 것이며 신설공장은 공해방지 설비를 반드시 갖추어야만 허가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천과 바다의 오염을 막을 수 있도록 획기적인 조처가 강구되고 이것의 실천이 가능하도록 예산과 행정력의 뒷받침이 든든해야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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