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파일] 에릭이 강력반 형사? 진지하고 웃기고 그런데 왠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에릭(26.사진(右))은 귀여운 남자다. 잘생긴 외모와 다정다감한 미소, 여기에 '닭살'스러운 연기는 많은 여성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드라마 '불새'(2004년)에서는 반항기 많지만 마음은 따뜻한 재벌 2세로, '신입사원'(2005년)에서는 좌충우돌하지만 결코 기가 꺾이지 않는 대기업 신입사원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6월의 일기'(1일 개봉)는 에릭이 주연을 맡은 첫 영화다. 이제 이름도 가수 시절의 이름 에릭 대신 본명 '문정혁'을 내세운다. 하지만 주연배우로서 그의 연기를 이전의 드라마보다 칭찬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그가 맡은 강력반 형사 동욱은 왈가닥 여자 선배 자영(신은경.(左))과 콤비를 이뤄 사건을 치열하게 뒤쫓으면서도 문득문득 엉뚱한 말과 행동으로 관객을 웃긴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코믹 연기를 연장한 것이지만 영화 속 동욱이 놓인 상황의 진지함까지 동시에 보여주기는 어딘가 부족하다.

동욱의 기본 임무는 어디까지나 살인범을 쫓는 것이다. 그러나 범인을 추격하는 방식은 여느 영화와 상당히 다르다. 대개 수사극이라면 범인찾기 게임으로 흐르면서 결말 부분에 가서야 누가 범인인지 드러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예고 살인'이라는 고전적인 장치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면서도 영화의 중반쯤에 누가 범인인지 밝힌다. 거기서부터 다시 범인과 형사의 머리싸움과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새로 전개한다.

이런 방식은 아마도 이 영화가 스릴러의 재미만 좇기보다는 살인사건을 불러온 사회적 문제를 좀 더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다. 바로 학교의 집단따돌림 문제다. 사건의 실체는 부모와 교사의 무관심이 한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그 아이를 괴롭히는 데 앞장선 아이들이 한 명씩 살해된 것임이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간간이 동영상으로 보여지는 집단따돌림 현장의 모습은 도저히 눈뜨고 못 볼 정도로 처참하다. 임경수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속 집단따돌림 장면은 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극으로 재구성한 것"이라며 "몇 년 전 TV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는 그 심각성을 충격적으로 보여주는 것 이상의 분석이나 해법은 제시하지 못한다. 적나라한 고발과 미진한 해법 사이의 괴리는 연기자 문정혁의 코믹 연기와 진지한 상황 사이의 부조화만큼이나 아쉬움을 남긴다.

주정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