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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과 정부의 '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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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청와대·재경부·국방부·선거관리위원회…. 최근 인터넷 포털과 제휴해 정책 홍보나 각종 자료를 서비스하는 정부 부처들이다. 일부 부처는 방문자가 적은 자체 홈페이지 관리보다 하루 방문자가 1000만~2000만 명에 달하는 포털과의 제휴에 정성을 더 쏟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인터넷엔 '파란 청와대' '네이버 재경부' '싸이 국방부' '엠파스 선관위'란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

파란은 28일 '청와대 섹션'을 선보인 것 외에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 등의 섹션도 운영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국정홍보처를 비롯해 통계청. 문화재청 등 10여 곳과 제휴해 별도 섹션을 운영 중이다. 다음과 싸이월드도 각각 재경부·지자체, 국방부.국세청 등의 섹션을 개설해 놓고 있다.

포털들이 정부 부처와의 제휴에 경쟁적으로 나선 이유는 가장 큰 수입원인 검색광고 시장을 잡기 위한 것. 파란의 김상욱 검색사업본부장은 "검색 광고액을 높이려면 방문자가 많아야 하고, 방문자를 늘리려면 이들이 찾는 자료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1위 포털 네이버를 운영 중인 NHN의 수입구조를 봐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NHN은 3분기 92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검색광고 매출이 463억원으로 50%를 차지했다. 국내 포털의 검색광고 서비스를 대행하는 오버추어 김영재 이사는 "포털들이 다양한 수입원을 찾고 있지만 검색 광고만큼 확실한 것이 아직 없다"며 "더구나 검색광고 시장이 매년 수십%씩 성장하고 있어 자료의 보고인 정부를 잡기 위한 포털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NHN의 최미정 지식서비스 유닛장은 "정부 자료에 대한 일반의 접근성과 활용성을 크게 높이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포털은 검색서비스가 본업인 만큼 산처럼 쌓여 있는 정부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류해 손쉽게 찾을 수 있게 해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명지대 기록과학대학원 김익한 교수는 "정부가 포털을 통해 정책을 홍보한다는 것은 인터넷 시대에 정부의 정책 서비스가 그만큼 뒤떨어져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정책 서비스를 포털에 맡길 경우 정책의 우선순위가 포털에 의해 왜곡 전달될 수 있다"며 "국정홍보처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정책을 서비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나 국가지식 DB가 포털에서 소개되면서 지적재산권 침해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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