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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줄어 고민하는 서독|출산-양육 보단 「오늘의 안락」 즐기는데 급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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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좀 더 큰 자동차와 여가향락이 자녀를 갖는 것보다 중요하다』 『여가향락이 중요하니까 자녀는 1명만 갖겠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서독사람들이 이런 이유 등으로 자녀 갖기를 기피하기 때문에 서독은 지난 10년간 지구상에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유일한 국가가 됐다.
서독의 인구가 가장 많았던 1974년의 6천2백만명(외국인 6%포함)을 정점으로 연평균 10만∼15만명씩 줄고 있는 인구감소추세 때문에 「독일인종의 멸종위기?」라는 엄살 같은 표현도 신문기사 제목으로 등장하곤 한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더라도 결혼한 부부가 최소한 2명의 자녀는 가져야 세대의 신진대사가 계속되면서 인구의 현상유지가 되는데 지난 10년동안 가임 여성들이 자녀를 평균 1· 3명씩밖에 낳지 않아 이대로 간다면 46년뒤인 2030년에는 서독인구가 3천8백만명으로 즐어들 것이라는게 서독인구정책 담당자들의 추산이다.
현재 서독의 인구는 6천1백여만명으로 영국의 5천6백만명 프랑스의 5천4백만명, 이탈리아의 5천7백만명 등 보다 아직까지는 많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들은 완만하나마 인구가 불어나 15년 뒤인 2천년쯤에는 모두 5천7백만명 내외로 비슷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구가 적다고 당장 이들 국가간의 균형이 깨지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간의 오랜 경쟁관계를 생각하면 「독일인종의 멸종」이라는 과장된 표현 뒤엔 그런 위기감이 은근히 느껴진다.
이런 인구감소의 여파는 당장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3년전부터 초등교육기관의 취학아동이 모자라 학급을 축소하고 학군을 재조정하는가 하면 학교시설이 유휴시설로 남아도는 곳도 있다. 실업교사들도 늘어났다.
또 나토군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서독군이 현재 50만명의 병력수준을 유지하려면 해마다 22만5천명을 신병으로 충원돼야하는데 10년뒤에는 병력충원자원이 연15만명 밖에 되지 않으리라는 걱정거리다.
인구감소는 또 필연적으로 경재규모의 축소를 가져오고 세금의 원천이 줄어 국가재정에 영향을 주게된다. 젊은 인력자원이 모자라는 것과 반비례로 수명연장에 따른 노인인구의 증가로 연금과 질병보험지출 등의 사회적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최근 서독 뮌헨대학의 심리학연구소에서 25∼45세의 부부 7백 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물질생활의 풍요함이나 출세보다 자녀가 중요하다고 보는 「가정지향형」은 겨우10% 정도였다.
나머지는 「내 생활을 만끽한 다음」, 이를테면 실컷 즐기고 난 뒤에 자녀를 갖겠다는 것으로 나타나고있다.
「자녀 기피증」의 뚜렷한 이유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으리라』는 「스피노자」유의 생활철학으로 살아오던 독일인들의 이같은 「변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있다. 【본=김동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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