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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치국안에 「4인방」있었다.|제리·하프교수와 장두성 특파원 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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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82년 「브레즈네프」 사후 「안드로포프」의 등장으로 권력주변에서 완전히 밀려난 것으로 서방측에서 믿었던 「콘스탄틴·체르넨코」가 새 소련지도자로 등장한 사실을 미국에서는 큰 미스터리로 보고있다.
「브루킹즈」 연구소의 소련문제 전문가 「체리·하프」 교수(48·듀크대)는 중공에서 모택동 사후에 화국봉이란 실권 없는 허수아비의 뒤에서 등소평이란 실권자가 등장한 모델을 예로 들면서 소련에서도 그런 승계형식이 전개되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프」 교수는 『소련지도자 승계과정』 『소련의 통치방법』 『소련의 제3세계정책』등 많은 저서를 펴냈으며 현재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소련연구가중의 한사람이다.
다음은 그와 본지 장두성 주미 특파원의 일문일답이다.
「안드로포프」가 사망한지 사흘이 지나서야 정치국이 「체르넨코」를 후계자로 선정한 것은 「브레즈네프」 사망 때 보다 많이 지연된 것인데 정치국안에 의견충돌이 있었기 때문인가?
▲지연이 되었다는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소련의 앞날에 대한 분석은 「안드로포프」가 빈사상태에 있던 시기가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정치국원들이 쉽게 후계자 선정에 합의하지 못했느냐는 의문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정치국안에 중공에서 본것과 같은 4인방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게 있어서 강력히 반발했었다면 「체르넨코」가 등장한 이상 곧 밀려나게 될 것이다.
-「체르넨코」가 앞으로 다음 세대로의 이양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 정치국내 젊은 지도자들과 권력을 공유해서 일종의 집단지도 체제를 형성할 가능은 어느 정도인가?
▲정치국 안에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가설을 일단 수긍하고 나면 몇가지 가능성을 설정할 수가 있다. 첫째는 「체르넨코」가 실권 없는 허수아비 지도자로서 반대파들 사이에 절충된 인물일 가능성이고, 둘째는 젊은 세대의 지도자들에 대항하는 구세대의 대표일 가능성, 그리고 세째는 정치국 안의 세력분열이 나이를 기준으로 나누어져있지 않을 가능성이다.
82년 승계 이후에 나돈 풍문으로는 「우스티노프」 국방상과「그로미코」 외상이 「안드로포프」를 지지하고 「체르넨코」를 반대했다는 것이다. 그게 사실이었다면 젊은 실권자들, 특히 「고르바초프」 같은 인물이「체르넨코」를 지지했을 가능성이 커진다.
-일반적으로 「체르넨코」가 자기 세력기반을 다지는데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가?
▲그의 건강이 좋지 않아 얼마나 더 오래 살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그가 세력기반을 전혀 닦지 못할 가능성도 고려해봐야 된다.
「체르넨코」는 모택동 사후의 화국봉처럼 실권 없이 잠시 통치하고 뒷전에서 젊은 소련판 등소평이 자기세력을 굳히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인물이 아마 「고르바초프」일 것 같다.
「고르바초프」가 세력기반을 구축한다면 결정적인 순간은 새 중앙위원회를 구성할 86년의 공산당대회가 될 것이다.
다음 후계자의 판도가 결정될 것이다.
-「안드로포프」가 사망하기 직전인 12월말에 열린 당 중앙위에서 「안드로프」의 추종자들이 주로 승진을 했는데도 「안드로포프」의 적으로 간주되어온 「체르넨코」가 후계자로 들어선 것은 미스터리 아닌가?
▲그렇다. 그 수수께끼를 풀수 있는 한가지 가설은 「안드로포프」가 정치국내 「체르넨코」의 세력기반을 파괴하다가 그 작업이 「체르넨코」의 과반수 기반을 허물지 못한채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 가설을 받아들인다면 「체르넨코」를 당선시킨 연합전선은 젊은 정치국원에 대항하는 늙은 정치국원들만의 단합은 아니라는 암시도 나온다.
나는 「고르바초프」가 새 정권에서 아주 강력한 인물로 등장할 것으로 본다.
-「체르넨코」 지도아래서 새소련 정권의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올 것 같은가?
▲적어도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서방세계에 대한소련 외교정책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 그건 지도자가 누가 되었는가와는 무관한 전망이다. 새 지도자도 전임자처럼 「미국에 굴하지 않는 인물」임을 증명하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련의 중공정책에는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안드로포프」는 중소분쟁이 터진 60년에 사회주의 국가 담당 중앙위 서기로 있으면서 중소분쟁의 시초에 직접 개입했던 인물이나, 「체르넨코」나 「고르바초프」는 그런 책임이 없기 때문에 대중공 정책을 바꾸는 것이 쉬울지도 모른다.
-앞으로 새 세대의 지도자가 등장하면 소련정책에는 큰 변화가 올까?
▲그거야말로 소련사회 최대의 미지 사항이다. 구세대의 지도층이 지금까지 오랫동안 추구해온 정책들이 소련의 전체주의 제도에서 나온 구세대의 속성이었는가, 아니면 소련의 민족성에서 나온 것인가 하는 것에 따라 대답은 달라진다. 현재로선 알수 없다.
내 개인의 생각으로는「고르바초프」 같은 지도자라면 KAL기 격추사건 같은 것을 보다 신축성 있게 처리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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