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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아침] 다보탑을 줍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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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다보탑을 줍다 - 유안진 (1941~ )

고개 떨구고 걷다가 다보탑을 주웠다

국보 20호를 줍는 횡재를 했다

석존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

땅속에서 솟아나 찬탄했다는 다보탑을

두 발 닿은 여기가 영취산 어디인가

어깨 치고 지나간 행인 중에 석존이 계셨는가

고개를 떨구면 세상은 아무데나 불국정토 되는가

정신차려 다시 보면 빼알간 구리동전

꺾어진 목고개로 주저앉고 싶은 때는

쓸모 있는 듯 별 쓸모없는 10원짜리

그렇게 살아왔다는가 그렇게 살아가라는가.


10원짜리 동전은 쉽게 주우려 하지 않는다.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공짜나 횡재를 탐하지 말라는 교훈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 시를 읽고 나서는 달리 생각되었다. 가장 적은 삶에 바로 부처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정호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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