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들 싸이 팬 … 가족 모두 한국행 대만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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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서울 정동 주한영국대사관저엔 지난달부터 아동용 자전거와 흔들목마가 놓였다. 주인은 찰스 헤이(50·사진) 신임대사의 딸 에바(9)와 지젤(6)이다. 11일 부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헤이 대사는 “두 딸이 런던에서도 파티 때마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뛰어놀았고 김을 좋아해서 (한인타운) 뉴몰든 슈퍼마켓에 김을 사러 가곤 했다”며 “그런 한국에 올 수 있어서 가족 모두가 대만족”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식 업무를 시작하기 전엔 부산에서 3개월간 홈스테이를 하는 등 1년간 한국어 연수를 받았다. “언어를 알아야 문화와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간담회에서도 한국어로 또박또박 인사말을 건넸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 스페인·체코 등에서 근무했지만 아시아는 처음인데.

 “그래서 더 기대된다. 다른 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흥미로운 도전이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서 혼자 버스를 탄 적이 있는데 나를 위해 친절을 베풀어주는 현지인들의 모습에 감동했다. 큰딸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선물로 한국어 단어 책을 사달라고 졸랐고 얼마 전엔 태권도도 배우기 시작했다. 나보다 더 친한파가 되지 않을까 싶다(웃음). 설악산 등 전국 방방곡곡을 다닐 생각에 설렌다.”

 - 부임한 지 얼마 안 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이 터졌는데.

 “가장 안전한 국가 중 하나인 한국에서 이런 일이 터져 충격이었다. 트위터에도 썼지만 (관저의) 이웃인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빈다. 직업외교관으로서 국가를 위해 봉사하다 보면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다. 리퍼트 대사도 의연한 모습을 보여줬다. 나도 이라크 바그다드 등에서 위험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다.”

 - 영국은 북한에도 공관이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다.

 “북한의 동료들과 자주 소통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북한의 비핵화는 영국에도 중요한 과제다.”

 - 대사로서 우선순위는.

 “양국관계의 친밀도는 이미 높지만 무역·교육·과학 등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간 이해를 높이고 싶다. 영국에서도 한류 및 한국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상호 호혜적인 관계가 될 수 있도록 가교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글·사진=전수진 기자 sujin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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