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해도 너무한 난장판 금융권 인사 제발 좀 정리해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금융위원장에 취임하면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금융권에 만연한 이른바 정피아(정치권 인사)의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한 답변이다. 그는 취임 후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대한) 외부압력을 막겠다는 각오를 천명하라는 의원들의 요구에 대해 “민간 금융회사는 외부압력 없이 필요한 전문가를 임용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며 “그런 소신이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임 후보자의 이런 소신과 각오가 취임 후에도 그대로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임 후보자가 인사 불개입을 천명한 바로 그 순간에도 금융권의 낙하산 인사와 인사청탁 의혹이 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의 인사난맥상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낙하산으로 내려온 경영진 간의 볼썽사나운 내홍으로 홍역을 치른 KB금융이 또다시 외부의 인사 개입설에 휩싸여 제대로 인사를 못할 지경이라고 한다. KB금융지주 경영진의 독단을 막기 위해 부활시키려던 지주사 사장직은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 밀려 보류됐다. 공석인 국민은행 감사직도 자천타천의 정치권 인사들이 서로 다투는 바람에 석 달째 추천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KB뿐만 아니라 다른 민간 금융회사의 경우도 금융위를 통한 외부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은 금융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금융권 인사 때마다 정치권에 줄대기가 횡행하는 악습도 여전하다.

 이 판에 우리은행에서도 사외이사진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치권 인사들이 무더기로 선임될 것으로 알려져 낙하산 인사 논란이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금융계 인사가 이렇게 난장판이 된 만큼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인사 개입을 않겠다고 천명하고 외부압력을 막겠다는 각오를 피력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문제는 이런 소신과 각오가 ‘노력하겠다’는 어설픈 말 정도로 지켜지겠느냐는 것이다. 임 후보자는 ‘ 인사에 개입하는 상황이 되면 금융위원장직을 내놓겠다’고 약속하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