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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 승진 바람|주 총 앞둔 각 그룹 경영진 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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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마다 2월이면 주총시즌을 앞두고 기업임원을 비롯, 간부들은 가슴을 죈다.
승진·좌천의 성적표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럭키금성·현대·국제·쌍룡·한국화약 등은 이미 주총전 인사봉투가 공표 됐다.
아직 투껑을 열지는 않았지만 한진그룹은 곧 KAL사장 이동 등 알맹이 인사가 밝혀질 것 같고, 대우는 기조실장의 거취가 주목될 뿐 사장단에 대한 인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각 그룹의 임원인사는「대폭승진」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경영성적이 양호한데다 첨단기술산업진출에 따른 보강인사 때문으로 분석된다.
종합상사들은 인사가 비교적 큰 폭의 인사를 했거나 할 것으로 예견된다. 종합상사가 수출위주에서 수입기능 보강을 위한 포진을 모색하고있다.

<럭키금성>
70년1월 구자경회장이 그룹대권을 승계한 이후 1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는 4년 터울로 사장들의 성적표를 매겨 논공행상을 하는 해이기도 하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3명의 부회장단을 만들어 구회장의 격을 높이는 등 회장친정체제를 강화하고▲석유화학·금융·유통서비스 등「럭키」상호의 회사나 그 계열사를 구씨(구평회부회장)에게, 금성사 및「금성」상호인의 계열사를 허씨 (허신구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맡겼으며▲이혜조씨를 럭키금성사장으로 발탁했다는 것 등이다.
허준구부회장은 그룹통할부회장이지만 최근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주)럭키 및 럭키계열사의 구평회부회장, 금성사 및 신구부회장의 승격은 금성계열사의 한층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22개 계열사중 8개 사의 사장이 자리바꿈을 했으나 구씨·허씨 집안끼리의 이동이다.
이헌단씨의 종합상사발탁은 지금까지 발로 뛰던 상사의 기능이 이제 한계에 왔고, 상사가 금융·플랜트 등 복합적인 기능을 요구하는 것에 부응하는 동시에 젊음을 불어넣자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성갑·변규칠씨 등 연부력강한 젊은 경영인들의 진출과 함께 구본무 금성사이사, 허참수 럭키금성상사본부장 등3세들의 거취도 주목된다.

<삼성>
첨단기술분야인 전자와 경영난을 겪고있는 중공업의 경영진을 집중 강화하는 등 대폭적인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승진한 임원만도 1백58명에 이른다.
그룹원로로 안팎에서 일을 챙기던 조우동 중공업 회장이 본인의 뜻에 따라 그룹고문으로 경영일선에서 한 걸음 물러앉았으나 전경련모임 등 대외활동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병휘 삼성종합건설사장은 고문으로 물러앉으면서 수학차 도미할 예정.
이수빈제일제당사강의삼성저밀전보는제트엔진생산·의료기기제조 박차 등 첨단정밀업체의 관리체계 확립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종규 중앙개발대표 전무가 같은 회사의 부사장으로 승진과 동시에 제당대표부사장에 겸직한 것은 단연 돋보이는 인사다. 그는 64년 공채로 입사한 후 64년까지 18년 간 제일 제당에서 판매를 담당한 판매통으로서 제당의 책임자로 발탁된 것은 제당의 판매력을 강화키 위한 것.

<현대>
작년 말부터 금년1월까지 현대중공업을 비롯, 자동차·건설·강관·정공·포장건설 등의 임원14명을 승진시키고 3명의자리를 옮겼다. 소폭이다.
거취가 주목되던 정주영회장의 5남 정몽헌상선사장(36)이 현대의 새로운 주력기업이 될 전자사장을 겸하게 됨으로써 정회장의 2남 몽구씨(정공·자동차서비스·강관사장)와6남 몽준씨(중공업사장)등 3형제가 비슷한 규모로 3기둥을 이루게됐다.
정회장의 세 아들은 앞으로 능력에 따라 나머지 회사의 경영에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판보권으로 설왕설래하던 자동차는 정세영사장의 전적인 권한아래 현 체제를 끌고나갈 것이며, 이명박현대건설사장 체제에도 변함이 없다고 최근 정회장이 측근에게 밝혔다.

<대우>
(주)대우·조선·자동차·전자·중공업 등 주력회사사장은 물론, 계열기업의 최고 경영 측에는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연말부터 건강이 나빠 쉬고 있는 홍성부기획조정실사장이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 홍사장이 자리를 옮길 경우 이에 따른 사장단인사는 없고 후임에는 부사장급 등 중역진에서 대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우중 회장은『사장들은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5년 정도는 맡겨 본 뒤에 평가해야한다』 는 입장이라고. 김회장은 아직까지 인사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으나 다음주 해외출장을 떠나 20일께 귀국하면 곧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우는 내핍경영을 강조하고있어 중역진도 큰 폭의 승진인사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무역·건설·금융이 함께 몰리는 (주)대으, 특히 무역분야의 인사가 비교적 큰 폭이 될 것 같다.
이밖에 KAL기 피격사건 등 잇단 홍역을 치른 한진은 KAL사장을 겸하고 있는 조중훈회장이 KAL의 대표이사 사장직을 물러날 것으로 예견되지만 조회장의 동생인 조중건부회장이 사장직을 승계할지, 외부인사가 영입될지는 아직 미지수.
지난해 34세의 젊은 나이로 그룹부회장의 대권을 쥔 국제의 김덕영부회장은 대규모 승진 인사를 단행, 사기를 올렸다. 또 한은부총재를 지낸 안상국씨를 동서증권사장으로 영입할 예정.
그러나 사의체제의 국제의 대권의 향방은 아직 점치기에는 너무 이르다.
또 34세의 김승연회장이 이끌어가고 있는 한국화약그룹은 부장이 맡던 비서실장을 전무 (정인현)로 크게 격상시키고, 실력자인 이진우경영관리실장을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시키는 등 젊은 회장의 친정체제를 한층 강화했다.
또 합작사인 유니온의 철수에 따라 경인에너지의 이종학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발령, 실무책임을 맡겼다.<박병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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