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회는 반쪽 김영란법 보완 대책 마련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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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일명 ‘김영란법’의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어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당초의 입법예고안에서 일부 후퇴한 부분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법을 제안한 취지에 대해선 “빽 사회, 브로커가 설치는 사회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이 주장한 것처럼 이 법은 크게 여덟 가지의 문제점으로 인해 ‘반쪽 법안’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공직자의 사적(私的)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경우 직무수행을 금지토록 하는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빠진 것이 대표적이다. ▶100만원 이하 금품 수수 시 직무관련성을 요구한 점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로 한정한 점 ▶가족이 금품수수 시 직무관련성 입증을 요구한 점 ▶부정청탁의 개념이 축소된 점 ▶선출직 공직자들이 제3자의 고충이나 민원을 전달할 경우 부정청탁의 예외로 규정한 점 ▶법 시행일을 1년6개월 후로 정한 부분 등이 ‘부패 방지’라는 법 취지를 퇴색시켰다.

 국회의원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국회의원의 브로커화’를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허점도 있다. 민간 영역인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들이 공직자와 같은 범주에 포함된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대한변협이 “본래의 취지와 달리 국회가 입법권을 남용해 위헌의 소지가 크다”고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보완 없이 시행될 경우 민주주의에 해악을 줄 수 있고, 국제적 망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는 우선 이 법의 맹점으로 지적된 부분에 대해선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언론의 자유가 침해받지 않도록 시행령을 조밀하게 짤 필요도 있다. 국회는 자신들만 법망에서 빠져나가는 이기주의적 행태를 중단하고 속히 이해충돌방지 규정을 김영란법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대한변협을 비롯한 각종 시민단체들이 낸 헌법소원 사건을 이른 시일 내에 결정해 줄 것을 촉구한다. 비록 법 시행 이전이지만 사전에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도 헌법재판소의 존재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