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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조기 인상? 놀란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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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9일 코스피 지수는 1% 내리며 다시 2000선 아래로 밀렸다. 이날 중국을 제외한 일본·홍콩·대만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로 마감했다. 지난 주말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 미국 증시가 급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지난 6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1.54% 하락했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과 나스닥 지수도 1%이상 빠졌다.

 유럽 양적완화로 봄 기운이 피어오른 세계 증시에 미국 금리인상 이슈가 꽃샘 추위를 몰고 왔다. 미국 증시가 급격히 빠진 데는 고용지표가 개선돼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긴장감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미국 2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취업자 수가 29만5000명으로 시장 예상치(24만명)를 훨씬 웃돌았다. 5.5%를 기록한 실업률은 세계 금융위기를 불러온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고려하는 완전고용 수준의 실업률(5.2~5.5%)에 근접한 셈이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두고 국내 증시 전문가는 “고용 지표 개선만으로 미국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기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고용지표 발표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인내심’문구가 삭제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졌다”면서 “하지만 연방준비제도는 고용의 양적 회복보다 질적 개선을 훨씬 중시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금리 인상은 여전히 6월 또는 9월 FOMC 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미국은 시간당 임금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등 고용의 질적 개선이 더딘 편이다. 2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지난달에 비해 0.1% 오르는 데 그쳤다. 취업자는 늘었지만 대부분 임금 수준이 낮은 비정규직 중심으로 고용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 고용의 양적인 회복에도 현재 미국이 직면한 저유가와 달러화 강세로 업종별 고용이 균형있게 회복하지 못한 게 원인”이라며 “서비스 업종은 임금이 늘었지만 비교적 임금 수준이 높은 제조업 중 광공업은 오히려 소폭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시 하락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박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그동안 많이 올랐기 때문에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다”며 “미국 증시는 미국 정책 변화에 따른 악재가 아닌 투자자의 심리적 영향으로 하락했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주 예정된 3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그는 “금리 동결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금통위 내부적으로 금리 인하 필요성을 제시할 수 있다”며 “이는 4월 금리인하 기대감에 영향을 줘 단기적으로 불확실한 대외 변수를 완화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금리 인상이 한국 시장에 호재라는 분석도 나왔다. 금리가 오르면 달러화 강세와 낮은 유가가 이어지면서 한국 기업실적이 늘 것이란 얘기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가치가 10원 하락할 때마다 세전 이익이 5000억원 늘고, 저유가로 제조업 매출원가가 낮아지면서 기업 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이며 “중국이 기준 금리 인하 등 적극적으로 경기 회복에 나서고 있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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