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1994년(10)-대학입시 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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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앞으로 10년 후 대학입시 제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또는 정착될 것인가. 점장이처럼 큰소리로 자신 있게 예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지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볼 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대학입시 제도뿐만 아니라 졸업 제도까지도 변하겠지만 결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으리라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지난날 우리나라 교육과 입시제도의 문제는 대체로 10년을 단위로 한 특징들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50년대까지는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때다. 이 기간엔 중학교 입시제도가 학교별 고사제·국가고사제·무시험 전형제 등으로 바뀌었다. 60년대는 정부가 교육에 적극적 규제 정책을 펴기 시작한 시기로 볼 수 있겠다. 국민학교 콩나물교실·중학교 입시 지옥이 60년대 전반을 상징하는 단어라 하겠다. 이 기간에 중학교 입시제도가 세 번 바뀌었다.
62년부터 국가 고사제가 부활됐다가 64년부터는 연합고사제로 바뀌었고, 69년부터 무시험 추첨 배정제가 되었다. 대학 교육은 60년대부터 본격적인 국가행정의 제재를 받기 시작했다. 60년대 10년 동안 우리나라 대학생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70년대에는 고등학교 입시제도가 바뀌었고 대학입학 예비고사 제가 시작되었으며 실험대학·학원소요·중고교생들의 과열과외 등이 교육계의 문제점으로 논란되었다.
80년대 벽두부터 우리나라 교육은 대학교육 개혁과 과외 철폐·선 시험 후 지원에 의한 대학입시 제도 등으로 새로운 한 시대의 문을 열었다.
그러고 보면 대체로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는 초등교육에서부터 점차로 고등교육 쪽으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 (?) 해 온 셈이다. 80년대 초반 우리는 드디어 대학입시 제도와 졸업 제도라고 하는 높은 단계에서의 교육문제와 건곤 일척의 대결을 하고있는 우리나라 교육의 모습을 보고 있다.
10년 후, 1994년의 대학입시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개인적 소망을 곁들인 예상임을 전제하고 말한다면 대체로 다음과 같이 되지 않을까 싶다.
① 학력고사는 일정한 능력기준 도달 여부만을 점검하고 그 이상의 점수 경쟁이 필요 없는 자격고사가 된다.
② 대학입시에 본 고사가 어떤 형태로라도 부활되고 그 내용에는 주관식 시험과 종합적 평가 방법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③ 졸업 정원제는 존속하지만 입학정원이나 재학생 탈락률 등에서는 상당한 정도의 탄력성과 자율성이 생긴다.
④ 현재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대학교육 제도가 시도되고 이에 따라 입시방법과 제도에서도 새로운 형태가 개발된다.
김인회 <연세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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