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 취업 어려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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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만간 고등 실업가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한정된 일자리에 비해 대학 졸업생들은 해마다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5년 전에는 7만4천명에 불과했던 4년제 대학의 모집 정원은 81년에는 14만4천명, 83년은 15만6천명으로까지 갑절 이상 늘어났다. 이에 따라 대학 졸업생은 작년에 7만7천명 선에서 금년에는 10만명, 내년에는 14만명 등으로 급증 현상을 보여 금년부터 대학 졸업생의 취업난이 급속히 악화될 전망이다.
83년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취업 현황을 보면 7만7천2백72명의 졸업생 중에 ▲취업 49·8% ▲진학 12·6% ▲군 입대 12·9% ▲무직 14·0% ▲확인 불가능이 10·7%등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직한 3만8천4백89명과 군 제대를 한 대졸 출신들 1만명 정도가 모두 취직된다고 계산해도 연간 대졸 출신의 새 취직자리는 5만명 선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형편에 대학 졸업생들이 당장 갑절로 늘어나게 됐으니 심각한 취업난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정부는 해마다 45만명 정도의 새로운 취업 인구를 소화하기 위해 연평균 7∼8%의 성장을 목표하고 있으나 이처럼 대학 졸업생이 크게 늘어날 경우에는 그 같은 계산이 들어맞지 않는다.
예컨대 올해 경제 성장이 9%이상을 예상하고 있으나 건설업이나 농업·조선업 쪽에서만 다소 일손이 달렸을 뿐 경제 성장이 높다고 해서 대학 졸업생들을 그만큼 채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자의 이 같은 양적인 증가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의 전공 내용과 기업들이 원하는 방향이 다른 것도 문제다.
기업 쪽에서는 최근 기술 개발과 비용 절감 쪽에 초점을 맞춰 관리직 사원의 채용을 억제하는 대신 기술직 또는 자연 과학 계통 출신을 아쉬워하는데 반해 대학의 모집 정원은 그 반대 현상을 계속하고 있다.
인문계와 자연계의 비율이 5·7대 4·3으로 인문계 졸업생수가 더 많은 실정이다.
이처럼 대학 교육의 기본 방향과 고용 문제에 상당한 괴리 현상을 보이고 있으나 관계 당국인 경제기획원·문교부·노동부 등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응책이나 장기 계획도 짜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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