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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000만 명 하얼빈 나흘간 단수로 대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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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의 소방대원이 23일 길게 늘어선 시민들에게 물을 나눠주고 있다. 하얼빈시는 지린화학공장 폭발사고로 상수원인 쑹화강이 오염되자 이날 0시를 기해 나흘간의 단수 조치에 들어갔다. [하얼빈 AP=연합뉴스]

중국 동북 3성(省) 중 하나인 헤이룽장(黑龍江)성 성도 하얼빈(哈爾濱)이 대혼란에 빠졌다. 13일 지린(吉林) 석유화학공장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로 상수원인 쑹화(松花)강이 오염돼 23일부터 나흘간의 단수 조치가 내려졌다. 인구 1000만 명의 하얼빈에선 생수.음료수 사재기가 한창이다. 대피 행렬도 늘고 있다.

◆ "도시 기능 마비 직전"=중국 환경보호총국은 지린석유화학공장 폭발 사고로 쑹화강에 중대 오염 사건이 발생했다고 23일 발표했다. 환경총국 당국자는 14일 검사 결과 벤젠 등이 검사 지점에 따라 국가 기준에 비해 최고 10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현재는 국가 표준보다 조금 높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길이가 80㎞에 달하는 오염띠가 한 지점을 통과하는 데 40시간이 소요돼 23일 밤 하얼빈 쓰팡타이(四方臺) 취수장에 도달하고 25일 오후 하얼빈 구간을 완전히 통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하얼빈시는 23일 0시를 기해 나흘간의 단수 조치에 들어갔다. 그 바람에 시내 상가.점포마다 생수.음료수.우유가 바닥났다. 홍콩 경제일보는 "일부 시민은 2000~4000병의 생수를 사재기했다"고 보도했다. 시민 왕원보(王文博.62)는 "집안에 있는 모든 용기에 물을 받아 놓았다"고 말했다.

생수 가격은 폭등했다. 한 병에 1~2위안(약 130~260원)에서 23일 50위안까지 올랐다. 시내 초.중.고교는 30일까지 임시 휴교한다. 호텔에선 투숙객에게 일정 시간대에만 물을 공급하는 비상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물을 많이 쓰는 사우나.목욕탕.미용실.세차장이 문을 닫았다. 홍콩 명보(明報)는 "정상적인 도시 기능이 중단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인근 지린성 등으로 대피하는 시민은 수천 명으로 늘어났다.

◆ 환경 재앙에 '지진' 소문까지=사태는 지린 석유화학공장 폭발 사고로 촉발됐다. 사고 직후 유독성 물질 벤젠이 인근 쑹화강으로 방출됐다. 전문가들은 "기온이 섭씨 영하 6도까지 내려가 본래 휘발성이 강한 벤젠이 물에 잔존할 위험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정부는 거짓말을 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하얼빈 시 정부는 21일 '낡은 수도관 보수를 위해 단수 조치를 내린다'고 발표했다. 몇 시간 뒤엔 '쑹화강이 오염됐기 때문'이라고 정정했다. 여기에 지진 발생 소문까지 가세했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엔 19일부터 하얼빈 시내 후란(呼蘭)구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글이 올라와 민심을 흔들었다.

◆ 시 정부 대책은=하얼빈은 인근 도시에서 21일 2000t의 음용수를 긴급 지원받았다. 자무쓰(佳木斯).창춘(長春).다롄(大連)이 급수 차들을 보내고 있다. 유전 도시 다칭(大慶)에서 장비를 지원받아 55곳에 우물을 팠다. 시 정부는 생수.증류수 공장에 24시간 가동을 명령했다. 시 정부는 수질 전문가들을 동원해 쑹화강 물줄기와 취수구 등에서 수질 검사를 진행 중이다.

홍콩.베이징=최형규.유광종 특파원

<하얼빈 사태 일지>

11월 13일 : 지린석유화학공장 폭발사고 발생. 6명 사망, 수만 명 대피

11월 14일 : 왕웨이 지린시 부시장, 대기와 수질오염 없다고 발표

11월 19일 : 인터넷에 대지진 발생 소문 유포. 시민들 생필품 사재기 시작

11월 21일 : 하얼빈 시정부 쑹화강 오염 가능성 있어 22일부터 4일간 단수 발표

11월 22일 : 하얼빈 시정부 23일 0시부터 단수한다고 수정 발표. 생필품 사재기 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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