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 김정일 후계자로 '김정철 옹립' 작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 구도 작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사정에 밝은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23일 "북한이 과거 산발적으로 추진해 왔던 김정일의 처 고영희(지난해 사망) 우상화 작업을 최근 인민군 내부에서 다시 추진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김정일이 고영희와의 사이에서 낳은 김정철을 후계자로 세우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김일성의 후계자로 지목된 1974년을 전후해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북한 전역에서 벌어진 바 있다.

북한은 이와 함께 노동당 내부에 별도 부서를 만들어 '후계자 김정철'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평양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노동당이 2004년 전면적인 기구 개편을 단행할 때 조직 지도부 산하에 6과와 7과를 신설했다"며 "이 부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 문제와 관련된 기구"라고 말했다. 6과와 7과에는 30대 젊은 간부가 10여 명씩 배치돼 있으며, 김정철의 후계자 계승을 위한 '당 생활지도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과는 형식적으론 당 조직지도부 제1 부부장인 이제강의 지휘 아래 있으나 실제로는 김정일 위원장이 관장하는 국방위원회의 직접 통제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직은 노동당 내부에서 '권력이 센 곳'이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으며, 구체적인 기능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베이징의 한 북한 관측통은 "김일성과 김정일에 이은 3대째 세습에 대해 북한 권력 내부에서조차 반감이 적지 않아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최근 군 내부에 고영희 우상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노동당의 조직 개편까지 뒷받침되면서 세습 정지작업은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철은 올해 24세로 90년대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에서 공부했으며, 영어와 독일어를 구사할 줄 안다.

한편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10월 말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방북 때 김정철이 만찬에 등장했다'는 독일 슈피겔지 보도의 확인을 요청하는 질문에 "확인해 봤는데 그런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거론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반 장관의 발언 뒤 외교부는 "확인 중이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정정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