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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6개대학 취업 실태|이공대 여대생 갈곳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고교2년, 대학4년, 모두 6년동안 막대한 노력과 비용을 들여 공부한 이공계출신 여학생들은 졸업후 갈곳이 없어 고등실업자군이 되고있다. 이같은 고급여성인력의 사장현상은 「과학입국」을 위한 인력수급의 아이러니가 되고 있다. 지난해 2월 졸업한 서울소재 6개 대학의 여성 이학사(공학사)들이 자신의 전공을 살린 취업률(진학제외·교직포함)은 21%에 불과한 실정.

<대학별 취업현황>
83년2월 서울대 자연과학대 출신 2백23명중 여학생은 23명. 이중 18명이 진로를 결정, 78%의 취업율을 보이고 있으나 진학자(14명)를 제외한 순수취업은 한국과학기술원 (KAIST)2명, 한국에너지연구소1명, 큐닉스컴퓨터회사 1명등 모두 4명(17%)뿐이다. 남학생 2백10명 가운데 2백5명이 취업, 98%의 취업률을 보인 것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고대의 경우 96.22%의 취업율을 보인 남학생과는 달리 30명의 여학생들은 진학 7명, 교직 2명, 연구소 1명, 기업체 1명을 비롯, 모두 15명이 취업했다.
연대는 69명이 졸업, 진학 12명을 제외한 순수취업은 11명으로 은행(1명), 교직(6명), 기업체 (4명) 에 취업했다. 이대는 수학·생물·물리·화학등 4개학과 출신 1백69명중 98명이 취업했는데 진학이 32명으로 가장많고 교직 28, 전산 15, 기업체 15명의 순이다.
이과대 4개학과 졸업생 1백58명 가운데 60명이 취업한 숙대는 38%의 취업율을 보이고있다. 이들은 진학(16명), 교직(l6명), 기업체(10명), 연구소등에 취업하고 있다. 숙대의 취업률은 80년 48%, 81년 47%, 82년 72%보다 낮아 여성취업률이 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취업의 응시기회조차 없다. 이것이 바로 대졸 여성들의 취업현실.
특히 과학하는 이공계출신 여학생들이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여학생의 취업은 공개경쟁시험을 통하는 경우가 드물고 주로 학교추천 또는 친지등의 소개를 통해 입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3월 학교추전으로 대농비서실에 입사한 이대출신 박혜선양(24·수학과)은 『여학생들이 공개 경쟁시험을 거쳐 입사하는 일은 거의없고 입사한다 해도 전공과 관계없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연대직업보도실의 이주영씨(34)도 『매년 취업시즌이 되면 수백통의 추천공문이 날아 오지만 여학생추천은 1%미만이며 특히 이공계 출신 여학생추천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했다.
따라서 이들 여학생들은 대부분 대학원에 진학하고 있지만 대학원출신도 갈곳이 없어 「취업옥상옥」현상을 빚기는 마찬가지다.
오는 2월 졸업하는 숙대 하혜숙양(24·화학과)은 『기업체에 취직하려해도 응시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며 『졸업생 38명이 취업을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1명만이 제약회사에 입사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같은 고학력 여성기피현상에 대해 숙대 박영자교수(화학과)는 각기업들이 ▲남자보다 근무의욕이 떨어지며 ▲근속기간이 짧고 ▲결혼후 가정에 너무 치우치며 ▲여성의 생리적 조건 등을 이유로 들고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취업할 때 남녀간의 기회를 좁힐 수 있는 조건으로 박교수는 ▲사원채용공고때 남녀구분철폐 ▲동등한 승진기회 보장 ▲남녀채용쿼터에 대한 정책상의배려를 지적했다.

<취업전망>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인력은 86년까지 4만3천명으로 81년 2만명의 2배, 2천년까지 12만3천명의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부는 오는 91년까지 고급과학인력이 3만명정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 조직적인 인재양성을위한 장기계획을 추진중이다. 같은 수요증가에 따라 일부 기업에서는 회사당 10여명 내외의 전문직 여성을 선발하고 있는 등 점차 모든 기업으로 확산될 움직임이며 최근 노동부도 각 기업체에 「신입사원채용때 남녀구분철폐」지도공문을 보내고 있는 등 고급학력 여성취업의 분위기가 점차 성숙되고있다.
또 첨단기술개발 등 모자라는 고급기술인력충원에 대해 박교수는 『우리나라 이과계 학생 5만7천2백52명중 32.2%인 1만8천4백47명이 여학생이며 이들 고급 여성인력의 사장을 막기 위해 부족한 기술인력을 이들로 충원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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