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배우기 어렵지만 점점 재미있어요.”
속초 YWCA가 개설한 외국인 여성 한글교실 초급반에 다니는 필리핀 여성 이멜다 에코(33)씨는 인터뷰 내내 더듬거리는 어투로 “천천히 말해주세요. 잘 모르겠어요”를 연발했다.
에코씨는 지난 1999년 건축 타일공으로 일하는 남편과 결혼해 4년째 속초에 살고 있다.
“YWCA에서 처음 한글를 배우라고 했을 때 쑥스럽고 창피해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었다”는 그는 “그러나 한국말을 잘 못해 세 살, 두살된 아이들이 할머니에게 말을 배우는 게 안타까와 용기를 내 한글 교실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에코씨는 “노래를 부르는 게 한글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그동안 필리핀 친구가 유일한 친구여서 많이 외로웠는데 이곳에 나와 비슷한 외국인 여성들을 사귀게 돼 생활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같다 ”며 흐뭇해 했다.
한글 교실에 나온 뒤 남편과 대화도 부쩍 많아지면서 가정 생활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고 그는 자랑했다. 서로 말이 잘 통하지 않아 대화가 부족했는 데 한글 교실에 다니면서 자신감이 생겨 남편에게 자주 말을 걸자 남편도 ‘이제 한국 사람 다 됐는데’라며 좋아했다단다.
에코씨는 “한글을 열심히 배워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전에 한국 엄마들처럼 공부도 직접 가르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속초=홍창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