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한·미 동맹의 심장을 겨눈 종북세력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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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취임 후 첫 고위 당·정·청 회의가 6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이 총리, 이 실장(왼쪽부터)이 회의에 앞서 음료수로 건배하고 있다. 이날 당·정·청은 리퍼트 대사 피습으로 한·미 동맹 관계에 훼손이 없도록 공동 노력을 하고 공무원연금 개혁은 기존 합의대로 5월 2일까지 입법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성룡 기자]

새누리당과 정부, 청와대가 마크 리퍼트(42)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종북세력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철저하게 배후를 규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이완구 국무총리,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6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이 총리 취임 후 첫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뜻을 모았다고 유 원내대표가 전했다.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우리 사회의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세력 등에 의한 행위”라고 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간 셈이다.

 유 원내대표는 회의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사건으로 한·미 동맹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당·정·청이 노력하기로 했다”며 “이번 사건을 종북세력 사건으로 규정하고, 그 배후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당·정·청 수뇌부의 회의 일성도 일맥상통했다. 김 대표는 “용의자의 이력으로 볼 때 한·미 동맹의 심장을 겨눈 끔찍한 사건”이라며 “앞으로도 한·미 양국은 더욱 굳건한 동맹으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핵심 축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도 우리 사회의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세력에 대해, 이런 행위를 단죄하기 위해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전날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외교 일정을 마치고 “자유민주주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우리나라에서 백주 대낮에 미국의 대사가 테러를 당했다는 것은 충격적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에 범행을 저지른 사람의 반미와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 극단적인 주장과 행동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대다수 국민의 생각과는 배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배후세력 규명도 지시했다.

 이 총리는 당·정·청 회의 뒤 리퍼트 대사가 입원한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병문안을 갔다. 박 대통령이 전날 UAE에서 위로전화를 한 데 이어 정부를 대표하는 총리가 직접 쾌유를 빈 것이다. 이 총리는 병문안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 동맹 관계가 이런 일로 훼손돼서는 안 되고, 더욱 강화돼야겠다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들렀다”며 “이 일을 계기로 한·미가 더 결속되고 돈독한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리퍼트 대사에게) 했다”고 전했다.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을 계기로 테러방지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정부 내에서 커지고 있다. 범인 김기종(55)씨가 2010년에도 주한 일본대사를 향해 콘크리트 덩어리를 던지는 등 범죄 징후가 컸던 인물인데도 김씨 같은 요주의 인물을 별도로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선 테러방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이병석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테러방지법안과 관련해 ‘우리나라도 더 이상 테러 청정국이 아니다. 이런 법안들에 대한 논의도 심도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이 오갔다”고 전했다.

 2001년 미국의 9·11 테러 이후 정부는 ‘테러방지법안’을 제출했지만 민간인 정보수집에 따른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는 반대에 막혀 번번이 입법이 좌절됐다. 19대 국회에도 현재 ‘국가 대테러 활동과 피해보전 기본법안’ ‘국가 사이버테러 방지법안’ 등이 계류돼 있다.

글=박민제·허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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