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Closeup] 모바일 겜 그녀 싱귤러를 뚫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박지영(30) 컴투스 사장이 또 일을 냈다. 국내에 처음으로 휴대전화용 게임을 선보여 매출 100억원 규모의 벤처기업을 일군 그는 미국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싱귤러에 컴투스의 모바일 게임을 공급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싱귤러의 휴대전화 가입자는 4680여만 명에 달한다. 22일 박 사장은 "최근 싱귤러를 이용하는 가입자가 컴투스의 게임을 얼마나 내려받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미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 거점을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 수입은 가입자의 내려받기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컴투스는 8월에 미국 벤처캐피털사인 월든 인터내셔널과 스톰 벤처스에서 800만 달러를 유치하기도 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업계가 끌어들인 외국자본 중 최대 규모다. 컴투스는 이 돈을 실탄 삼아 해외 마케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컴투스는 2002년 영국, 2003년 중국에 이어 올해 미국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인도에는 연구개발(R&D)센터가 있다. 박 사장은 "다음달 글로벌 전략회의를 인도에서 연다"고 말했다. 컴투스의 출발은 단출했다. 박 사장은 서울 보문동 옥탑방에서 같은 과 동기인 이영일 중국법인장(30) 및 선배 등 3명과 의기투합해 회사를 차렸다. 이 법인장과는 1999년 결혼했다.

박 사장은 "98년 말 지하철 안에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젊은이들을 보고 무릎을 쳤다"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의 사업전망을 밝게 본 것이다. 99년 LG텔레콤에 휴대전화용 게임을, SK텔레콤에는 국내 첫 캐릭터 모험게임(RPG)을 공급했다. 현재 1600억원 규모의 모바일 시장은 크게 게임.벨소리.캐릭터 등으로 나뉜다. 이 시장을 놓고 500여 개사가 경쟁한다.

컴투스 게임 중 붕어빵을 누가 빨리 맛있게 구워 더 많이 파느냐를 따지는 게임인 '붕어빵 타이쿤'은 2003년 출시 이후 200만 번의 내려받기를 기록했다. 최근 선보인 '미니게임 천국'은 두 달 만에 내려받기가 50만 번을 넘었다. 컴투스는 토요일마다 '커밍아웃'를 한다. 임직원 대회의실에 모여 서로 고민이나 아이디어를 들어보자는 자리다. 박 사장은 "경영진과 직원 간에 신뢰관계를 구축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린 컴투스는 올해 15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한편 박 사장은 96년 고려대 전산학과에 다니면서 PC통신에 컴퓨터 정보를 서비스하는 회사를 창업했다. 지난해 미국 타임지가 뽑은 '세계 기술대가 14명'에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들었다.

글 =이원호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