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프라하의 연인' 덕수궁 돌담 훼손 '눈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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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일 종영한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이 촬영 도중 덕수궁 외벽을 훼손해 물의를 빚고 있다. 외벽을 포함한 덕수궁 일원은 사적 제124호로 지정돼 있는 문화재다. 특히 덕수궁 측은 촬영 허가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허위 정보'를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22일 덕수궁 관리소에 따르면 드라마 제작진은 20일 오전 3시께부터 덕수궁 돌담길로 알려진 덕수궁 외벽에 노란 종이 수백 장을 붙였다. 총길이는 100m 남짓. 주인공 김주혁이 여주인공 전도연에게 프러포즈하는 장면을 위해서였다. 노란 종이에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사랑한다'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낭만적인 장면과 달리 그 흔적은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종이를 붙일 때 접착제를 사용했기 때문에 끌과 드라이버를 동원해 떼어낸 것이다. 그 결과 외벽의 일부가 흉하게 손상됐다. 긁힌 자국이 수십 군데 남았고, 돌과 돌 사이의 줄눈이 떨어지기도 했다. 덕수궁 측은 "상태가 심각한 곳은 세 군데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며 "일부는 뜯어내고 다시 복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촬영 허가 과정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소연 덕수궁 관리계장은 "18일 오후 '포스트잇' 30여 장을 붙인다고 해 촬영을 허락한 것"이라며 "접착제가 동원되는 줄 알았다면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22일 드라마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비용과 상관없이 즉각적인 원상복구를 책임지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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