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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노트] "출판사서 원고만 줘도 …" 점자책은 목이 마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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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출판사 측은 '살아 있는…'의 점자책 1200부를 만들어 전국의 점자도서관, 장애인복지관, 안마사협회 등에 나눠줬다. 한국점자도서관 이상열 팀장은 "공공기관이 아닌 일반 출판사에서 점자책을 무료 제작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정 대리는 이번에 중요한 사실을 하나 배웠다. 점자책은 저작권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저작권법 30조에는 "공표된 저작물은 시각장애인 등을 위하여 점자로 복제.배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정 대리는 "기업이익을 사회에 돌려주는 의미에서 앞으로도 1년에 두 권 정도 점자책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점자도서관 측이 1년에 만드는 점자책은 1300여 종(3500여 권). 정부 지원금, 기업.단체의 후원금 등으로 제작비를 댄다. 이상열 팀장은 점자책에 대한 출판사들의 관심을 요청했다. 특히 책의 본문(텍스트)파일을 받고 싶어했다. 점자책을 만들려면 내용을 일일이 다시 입력해야 하는데 출판사들이 이미 완성된 본문을 보내주면 그만큼 제작비, 제작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점자책은 일반책보다 공정이 복잡하다. 본문 입력에만 몇 달이 걸리곤 한다. 입력된 텍스트를 점자번역 프로그램으로 돌려 점자 텍스트를 완성하고, 이를 점자프린터로 출력한다. 공정의 90%가 수작업으로 이뤄져 책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300쪽 한 권을 점자책으로 만들면 대략 4~6권이 나오기 때문에 책 구입은 시각장애인에게 상당히 부담스런 일이다. 일례로 10권짜리 '이문열 삼국지'는 49권의 점자책으로 나와있다.

그나마 1년에 출간되는 책 가운데 점자로 옮겨지는 건 2%도 안 되는 상황. 이 팀장은 "본문 파일만 있으면 점자책도 훨씬 다양하게 할 수 있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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