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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확인 행정 급증에 대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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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갑자년 벽두 정가에 회오리바람을 몰고 왔던 「지방청 공무원 직급상향안」은 12일 국무회의에서 수정 없이 원안이 의결됨으로써 일단락 된 느낌이다. 행정활성화와 주민봉사 행정체제의 정립, 공무원사기 앙양 등 명분으로 직급조정안을 추진하던 내무부가 마무리 단계에서 예기치 못한 정치상황에 부닥쳐 사면초가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직급조정작업의 실무사령탑이었던 내무부 전석홍 차관보에게 말 많았던 상향 안의 자초지종을 들어본다.
-정책결정에는 이유와 명분, 그리고 과정이 정당해야만 국민이 승복하고 지지를 보낸다고 생각합니다.
직급을 올리거나 정원을 늘리는 문제는 제5공화국이 개혁의지로 표방해오던 「간소한 정부」, 그리고 올해의 예산동결같은 긴축정책과도 모순되는 것이 아닌 지요.
-우선 지방행정은 단위행정이 아닌 종합행정이고 탁상 위에서가 아닌 「현지확인」을 필요로 하는 현지성과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생활행정」이란 특수성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려야겠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사회여건은 급속한 도시화·산업화와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급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지방에서 이뤄지는 국정 수행도 날로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정여건의 변화에 대응하여 기구도 조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 한 예로 지난해에는 도시행정 기능의 보강을 위해 도시주변 15개 군에 도시과를 신설했고, 12개시에 청소과를, 9개 신설 시에는 수도과를 두었지요.
반면에 불필요한 기구·인력은 축소하여 지난3년 동안 모두 1천1백11명을 감축, 일선 읍·면·동에 보강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의 직급조정안도 이와 같은 지방청 기구조직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의 일환으로 보아야겠습니다.
-그럼 불과 2년 사이에 폐지됐던 부 군수 제를 부활할 만큼 행정수요가 폭증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바로 조령모개식 행정으로 생각되는데요.
-부활이라는 표현은 적당치 않습니다. 활용이지요. 완전히 없어진 것이 아닙니다.
현재도 1백39개군 가운데 53개 군에 부 군수가 있습니다. 그 동안 지방에서 계속 건의가 있었고 현지조사와 검토를 해 온 결과 적극활용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조사결과 군수의 1일 결재가 1백20여건에 이르고 현지출장·각종회의 참석 등 업무가 과중해서 부 책임자와의 업무분담이 필요합니다.
오지가 많은 군에서는 군수가 면 현지확인을 나갔다 그날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해요. 이 경우 내무과장이 군수대행을 하는데 직급이 같은 다른 과장의 통솔이 불가능한데다 군수 눈치보느라 웬만한 결재는 미룹니다. 이런 것이 바로 민원의 대상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당초부터 현지공무원들의 희망이나 예상되는 행정수요 증가, 지방으로의 권한이양 등 앞뒤를 재어보지 않고 무작정 기구축소를 단행했던 것이라는 말입니까.
다른 개혁조치와 마찬가지로 기구의 통폐합이나 조정이 다 합리적이고 예건 되는 수요를 참작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문제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군의 과장은 근속연한이 평균 23~24년으로 나이론 50대 전후입니다.
이들에게 부 군수 승진의 길을 열어준다면 근무의욕의 고취와 더불어 경험과 지역정통을 살린 행정능률의 2중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앞으로 86자리나 남은 부 군수 임용을 놓고 항간에선 비 현직 지방공무원 상당수가 차지하고 들어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도는데요....
-이 자리를 빌어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그것은 기우에 불과합니다. 지방행정에 대한 경험·식견이 풍부하고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지방공무원 중에서 발탁할 것입니다.
-정책결정 과정에서 내무부는 총무처·경제기획원과 협의를 했으나 장관 등 고위층만 비공개로 했고 민정당과도 고위간부 몇몇과만 협의를 하고 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총무처·기획원의 실무간부들이 강한 반발을 보였고 정부·여당의 손발이 안 맞은 것 아닙니까.
-이번 직급조정안은 검토과정에서 일부 실무자간에 다소의 이견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협의·성안과정에서는 일치를 본 것입니다.
-야당에서는「시기」를 놓고 선거용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임시국회에서도 바로 이점을 문제삼을 것 같은데요.
=행정의 활성화를 기하고 주민봉사행정체제를 화하기 위한 제도개선은 그 시기가 특별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직급조정은 이미 작년에 총무처와 협의를 했고 공교롭게 해를 넘겼을 뿐입니다. 딴 의미는 없습니다.
-예산당국에 따르면 내무부 직급상향으로 연간 15억 원, 타 부처가 상응하는 직급조정을 할 경우 1백20억 원의 추가 경비가 든다고 합니다. 이것은 바로 정부의 예산동결·임금억제 등 긴축살림과 정면 상충되는 것인데요.
-지방공무원 총 정원의 범위 안에서, 기정예산의 범위 안에서 해결하는 게 대 원칙입니다. 관리관 6명, 이사관 9명, 부 이사관 14명, 부 군수 86명의 직급이 조정됩니다.
관리관의 경우 본봉과 정보 비를 합쳐 월20만3천 원, 이사관은 8만원, 부 이사관은 17만원, 부 군수 28만원이 소요되고 단계적 조치로 84년 한해동안 직급상향에 따른 경비는 1억8천5백만 원에 불과합니다.
이 돈과 이를 투기해서 얻는 행정능률과를 비교할 때 충분한 투자효과가 있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내무부 입장에서 보면 직급상향이 바람직하지만 타 부처라고 행정수요의 증가가 없겠습니까. 그 쪽도 사기앙양이나 대 주민 봉사를 이유로 한다면 같은 논리가 성립될텐데 너도나도 내무부를 따르는 「도미노현상」이 예상되지 않습니까.
-내무부 본부가 직급을 높였다면 문제가 되겠지요.
이것은 지방청 공무원에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저는 단위행정 책임자와 종합행정 책임자와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연말 2백 명의 지방공무원 인사가 있었지요. 이미 그때 직급상향조정을 기정 화하고 승진할 사람을 발령했습니다. 내무부의 일방통행식 「사전인사」가 아닙니까.
-분명한 것은 서기관자리에 서기관이 갔고 이사관자리에 이사관이 갔다는 사실입니다. 기본적인 인사원칙에 따랐을 뿐 그것은 오해입니다.
행정을 활성화한 이번 직급조정이 지역발전을 가져오고 주민의 복지후생과 편의도모에 결실을 맺는다면 그 동안의 시시비비는 저절로 해소되리라 믿습니다.
13만 내무공무원 모두가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고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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