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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사파레시도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데사파레시도스(desaparecidos). 「실종자들」이란 소리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서 데사파레시도스는 그냥 실종자가 아니다. 1976년부터 79년까지의 기간 동안에 아르헨티나에서 사라진 사람들이다.
그 시기는 7년 반 동안 지속된 군정시대 중에도 특히 「추악한 전쟁(dirty war)」이 있던 때다. 군사정부의 살인부대가 정치범을 잡아 학살했던 시기다.
「추악한 전쟁」의 희생자는 확인된바 없으나 대체로 6천명. 3만 명이 넘는다는 추산도 있다.
그 데사파레시도스 중 일부가 최근 처참한 형태로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사람 치고 새삼 놀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외신은 전한다.
한 주간지는 실종자들이 다이너마이트로 폭발돼 공중분해 되거나 집단으로 묶여 바다에 던져졌으며, 또 일부는 도시의 공동묘지에 암매장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주부터 시작된 발굴로 공동묘지들에서 나온 시체들은 표적거리 안에서 총탄에 맞아 두개골이 박살났거나 온몸에 구멍투성이었고 대부분 손발이 절단된 채였다. 최근엔 6백 명이 암매장된 묘지도 발견됐다. 3백여 명이 「대형 솥에서」화장된 예도 있다. 또 고문 끝에 마취 혼수상태에서 발가벗겨진 채 비행기에서 바다 속으로 던져진 경우는 무려 1천명이나 된다.
실로 무서운 참상이다. 지구상에 이런 끔찍한 죄악을 저지른 군사독재의 나라가 있었다니 꿈만 같다.
하긴 거슬러 올라가면 5백만 명의 양민을 학살한 나치 독일의 잔혹사가 있으니 위안이 될까.
그러나 지금 그 잔악의 책임자들도 궁지에 몰리고 있다.
지난 연말 민정을 회복한 아르헨티나는 지금 그 죄상을 물어 군사정권의 지도자 9명을 재판에 회부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대통령을 지낸 「호르헤·라파엘·비데라」와 「로베르토·비올라」 「레오폴도·갈티에리」가 육군 최고군사회의에 회부됐다는 사실이다. 전 대통령「레이날도· 비뇨네」도 민간법원에 기소됐다.
새 민간대통령「알폰신」은 국민의 지지 속에 민주회복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47명의 장성을 퇴역시키고 19명의 군경간부들에겐 출국 중지령이 내려졌다.
16명으로 구성된 아르헨티나 인권위원회는 데사파레시도스를 찾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그에 따라「5월광장의 어머니들」은 지금 울음을 그치고 있다. 실종된 자녀들의 생사라도 알려 달라고 정부청사 앞 광장을 돌던 여인들이다.「알폰신」대통령의 취임연설은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이 아르헨티나에서 죽은목숨이나 다름없이 살아왔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고난의 교훈이다. 국민이 스스로 그 정부를 선택할 수 없는 고난. 나라를 위한 통치가 아니라 폭력과 특권을 위한 통치를 일삼는 자들 때문에 생긴 고난.
쓰라린 과거를 정리하는 아르헨티나의 민주발전에 축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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