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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치촌 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상기상현상이·지구를 엄습하고 있다.
미국의 살인혹한과 유럽의 이상난동은 그 대표적이다.
영하 50도의 무서운 추위속에 미국에서 수백명의 인명손실이 있을때 유럽에선 때아닌 빙선화가피고 사람들은 스키대신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은 아직 없다.
하지만 미국의 기상이변은 벌써 작변부터 경고되고 있었다.
「엘치촌현상」설이다.
미국 항공우주국산하 AMES연구소의「브라이언·룬」박사는 작년6월에 82, 83년의 기상이변을예고했었다.
82년4월4일 폭발한 맥시코엘치촌화산의 유황가스로 만들어진 구름이 지상 20∼30㎞ 고공에 10㎞의 두께로 깔려 태양열의 10%가량을 봉쇄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때 1912년 알래스카 카데메이화산 폭발이 다음해 유럽의 기록적인 냉하를 몰고 왔던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지난6월 미상무성 해양대기국(NOAA)의 주임기상연구원이며 기상전문지「웨더와이즈」의 편집장인「멀리·미첼」은 엘치촌화산의 영향을 더 크게 보았다.
그 영향은 83년에 시작해서 적어도 85년까지 지속되며 해면온도가 정상화되는 것은 20세기말이나 돼야할 것이라는 것.
북반구의 저온화는 대기순환을어지럽히고 홍수와 한파·폭풍우의 이상발생 원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콜로라도대학 대기·우주물리연구소의「갤리·토머스」도 엘치촌화산이 저위도에 위치한 때문에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80년에 폭발한 미국의 세인트헬렌화산은 고위도지역이기 때문에 그 화산회가 북극부근으로 흘러들어가지만 엘치촌은 편서풍을타고 북반구 전체를 덮게 된다는것.
이상한파의 원인분석은 물론 그에 그치지 않는다.
장기적 주기변동에 따른 현상이란 설도 있다. 마지막 대빙하기인 뷔름빙하기가 끝나고 1만8천년이 지난 지금 주기성으로 보아 빙하기가 재래하리라는 설이다.
지구 냉각화설도 있다. 또 고기압이 한곳에 장기간 머물러 있는 블로킹현상설도 있다. 대기중 탄산가스 증가로 기상변화를 일으킨다는 인위설도 있다. 대양흑점설, 북극 한냉기온 변덕설도 있다. 그러나 그것들도 미주의 혹한과 유럽의 난동을 함께 설명하긴 어렵다.
그래서 캘리포니아대의「랠프·에이브러햄」은 카오스이론을 들고나온다. 자연은 일정한 예측성 법칙이 있는 반면 그 저변엔 카오스법칙도 갖고 있다. 담배연기가 엉기는 것처럼 자연법칙엔 임의성(randomness)이 있다. 때문에 멀쩡하던 날이 악천후가 되고 곳에 따라 추위와 더위가 나타난다. 그 자연의 불가예측성 앞에서 인간의 왜소함이 다시 상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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