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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취업자 30% '학력 과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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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경제연구원은 18일 '청년층의 학력 과잉 실태와 임금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학력을 낮춰 취업한 경우가 2002년 기준으로 29.1%였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이런 취업자를 '학력과잉자'로 정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에는 학력과잉자가 18.9%였다. 이 보고서는 노동부의 '임금구조 기본통계조사'(1996, 2002년)와 '직업사전'에 따른 직업별 요구 학력을 대비해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15~30세 취업자로 96년 대상자는 9만5502명, 2002년은 9만7758명이었다. 남성들은 30.4%가 자기 학력보다 낮아도 들어갈 수 있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여성은 27.5%였다.

그렇지만 남성은 외환위기 이전에도 23.7%가 학력과잉자였으며, 이후 2.7%포인트 늘어난 반면 여성은 외환위기 이전 13.9%에서 13.6%포인트나 높아졌다. 여성의 학력 과잉이 훨씬 심화된 것이다.

직업의 학력 과잉이 심해지면서 학력 간 임금 격차가 크게 줄었다. 90년에는 고졸자에 비해 전문대졸자의 임금은 17.4%, 대졸자 임금은 85.6% 더 많았다. 그러나 이 격차가 점점 줄어 2001년에는 전문대졸자는 4.2%, 대졸자는 57.2% 높은 수준이 됐다.

보고서는 "학력 과잉은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전문.기술직, 사무.판매직 등에서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생산직에선 학력 과잉 문제가 외환위기 이전엔 크지 않았지만 2002년에는 커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고졸 학력을 요구하는 생산직종에 고학력자가 몰려들면서 학력이 낮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성준 연구위원은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구직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도구로 학력을 이용하려는 추세가 강해져 상급학교 진학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96년 청년층 가운데 전문대졸 이상자는 22%였으나 2002년에는 53%로 확 늘었다.

그러나 눈높이를 낮춘 취업은 현 취업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인터넷 취업포털 잡링크(www.joblink.co.kr)가 신입 구직자 149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8.5%가 '구직활동을 하는 동안 입사희망 조건을 낮췄다'고 답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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