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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 디자인 혁신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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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외국 기업의 하청을 받거나 디자인 베끼기에 급급하던 중국 기업들이 자체 디자인 개발에 나서고 있다. 반면 중국 내수시장을 노리는 현지 진출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디자인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즈니스위크 최근호는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들 기업의 디자인 혁신 움직임을 집중 소개했다. 이 잡지는 "중국에 있는 기업들이 디자인 차별화로 성공한 '삼성 배우기'에 열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 중국 기업, 디자인 혁신에 박차=그동안 중국은 전자제품.신발류 등 주요 공산품의 전세계 공급기지 역할을 해왔으나 제품 디자인은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차용 또는 도용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최근 이런 움직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자체 브랜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싸구려 이미지로는 이익을 늘릴 수 없고 경쟁에서도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 1위 가전업체인 하이얼(海爾)은 120명의 디자이너와 25명의 시장조사 요원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수출용 세탁기라도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 소비자의 다른 기호를 감안해 디자인을 차별화해 올해 사우디 시장에서만 12㎏짜리 초대형 세탁기 1만여 대를 팔았다. 위쯔다 부사장은 "차별화된 디자인이야말로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중국 1위 PC 제조업체 레노보(聯想)는 2002년 이후 디자인 인력을 두 배로 늘렸다. 이 업체는 MP3플레이어와 카메라.전화기 기능을 갖춘 독특한 스마트폰 모델(ET960)로 올해 우수산업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디자인 차별화에 눈뜨면서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광저우의 장난감 제조업체 솔레일 관계자는 "다른 회사 디자인을 빌려서 제품을 만들어 수출할 때의 수익률(2~4%)에 비해 자체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의 수익률이 10%로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 다국적기업, 디자인 현지화 노력=폴크스바겐.노키아.모토로라 등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점차 까다로워지는 중국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본국 시장에서 통하던 디자인을 그대로 중국에 가져다 파는 게 아니라 중국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해 이에 맞는 특화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소비자를 잘 아는 전문 디자인팀을 만들었고, 디자인 인력도 2002년 이후 세 배인 80명으로 늘렸다. 최근 상하이 모터쇼에서 선보인 GM의 컨셉트 자동차 모델(ALA)은 겉치레를 중시하는 중국 부유층 고객의 성향을 감안한 제품. 미국에서 가족용으로 고안된 '시보레 벤처'모델을 최고경영자(CEO) 용 차량으로 개조해 호평을 받고 있다.

일본 소니도 8월 상하이에 디자인센터를 연 뒤 중국 시장에서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디자인 차별화 전략을 쓰고 있다. 소비를 주도하는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소니 전자제품은 아버지 세대들이나 쓰는 구닥다리"라는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다.

소니는 젊은 중국인 소비자 50명을 뽑아 디지털 카메라를 주면서 각자의 일상을 촬영하도록 했다. 이를 토대로 디자이너들이 소비자를 일곱 유형으로 분류한 뒤 색상과 외양을 다양하게 변형시킨 MP3플레이어를 개발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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