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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눈으로쓰다그후] 김근태 복지부 장관의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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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9~12일 본지에 실린 '루게릭 눈으로 쓰다' 시리즈를 읽고 17일 본지에 글을 보내왔다. 중증 루게릭병 환자인 박승일(34)씨의 어머니 손복순(64)씨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이다.

손복순님께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드십니까. 루게릭병과 맞서 싸우는 박승일씨 이야기를 읽으면서, 24시간 내내 승일씨를 간호하느라 긴장하고 계실 어머님의 지친 모습이 눈에 선했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도 온몸이 점점 굳어가는 승일씨의 아픔에 비할 수는 없겠지요.

시리즈를 읽으면서 '사회의 관심은 내 삶의 끈'이라는 승일씨의 말이 가슴에 깊이 와 닿았습니다. 세상과의 소통이 끊어질까 두렵다는 말…. 비록 승일씨처럼 극단적인 상태가 아니라도, 우리 연약한 인간들이 험하고 외로운 세상을 헤쳐나가는 데 가장 큰 힘은 서로가 서로에게 쏟는 사랑과 관심, 배려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머님 편지에서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전문 요양소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읽었습니다.

전문 요양소 건립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진지하게 검토해 보겠습니다. 우선 내년 중에는 루게릭병을 비롯, 각종 희귀난치성질환을 앓고 계시는 환우와 가족이 모여서 정보를 교환하고 쉴 수 있는 쉼터를 개설할 계획입니다. 또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습니다. 간병비 지원을 조금이나마 늘리겠습니다.

정부 정책의 한계로 더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없어 죄송합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저는 우리 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계신 여러분을 만날 때가 많습니다. 여러분 손을 꼬옥 잡고 눈을 맞출 때마다 저는 많은 분의 눈 속에 깊이 맺힌 외로움을 봅니다. 그때마다 힘이 닿는 한 현장 방문을 많이 하자고 스스로를 다그치지요. 조만간 승일씨 병문안도 가려고 합니다. 승일 어머님! 승일씨! 희망을 잃지 마세요.

보건복지부 장관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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