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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라는 직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변호사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의 옹호, 사회정의의 실현, 사회질서 유지 및 법률제도의 개선에 노력해야한다』변호사법 제1조에 명시된 변호사의 사명이다. 극히 일부에 한정된 것이기는 하나 이러한 사명을 저버리고 오히려 소송인이나 피고인의 약점이나 무지를 이용, 돈을 뜯어내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본다. 약자의 약점을 이용한 강자나 식자의 법죄야말로 범죄중에도 증오와 타기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인권주간을 맞아 검찰이 법원주변부조리 사범을 일제 단속한 결과 변호사 4명을 입건, 8명을 수사하고 있다. 또 이들 변호사들로부터 사례비를 받고 사건을 전무적으로 알선해 온 사무원·사건브로커 등 30명을 무더기 구속했다.
이들은 법원·검찰등에 사건을 잘 봐주도록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뜯어내거나 변호사 사무실에 사건을 알선하고 알선료를 받아냈다. 변호사의 이름을·사칭, 가짜 변호사 행세를 하며 명의자와 사건수임료를 분배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소송의뢰 당사자의 피해는 물론이요 사법부자체의 권위와 신뢰를 실추시키는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이러한 사회악은 법원주변에서 흔히 있는 일로 1년에 한 두 번의 단속으로는 근절되지 않는다. 법률상식이나 소송절차에 관한 지식이 없는 피의자나 그 가족들의『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절박한 심정이 있는 한 이러한 독버섯 같은 존재들은 다시 고개를 들고 성업한다. 까다로운 소송절차는 물론이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부족은 사건당사자들이 사건 브로커들의 농간과 감언이설에 넘어가게 하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법원주변의 부조리를 뿌리 뽑으려면 단속적인 단속이 아니라 양본적이고 제도적인 개선도 있어야만 한다.
우선 국민들이 사법인에 대한 신뢰를 갖도록 해야한다. 어떤 법률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직접·담당 공무원에게 찾아가 내용과 절차를 상의할 일이지 적당히 불법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악덕 변호사나 브로커들은 바로 이러한 요행이나 지름길을 찾으려는 심리를 악용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상의를 하러갔을 때 관련 종사자들의 응대자세도 문제다. 변호사·사법서사 등 관계자들은 우선 자신들의 수입과 연결시켜 유리한 방향으로만 답변하는 사례가 많다. 법원·검찰의 관계 직원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불친절한 것이 통례로 돼있다. 친절하고 자세한 상담과 지도를 위한 전담기구의 강화도 시급한 문제다. 일선 수사기관이나 검찰청·변호사회 등에는 민원실·법률상담실 등이 설치돼 있으나 홍보의 부족과 모자라는 인원으로 기능자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효과적인 상당이 어려운 실정이다. 적극적인 법률조력을 하는것도 사법기관의 주요 책무 중의 하나이다.
제도적인 장치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변호사제도는 미국·일본·서독 등과 함께 한사람이 소송위촉을 받고 법정변론까지 청하도록 돼있다. 운영이 정상적이면 문제가 없겠으나 소송위촉 과정에서 브로커의 개입가능성이 발생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법조주변의 부조리 풍토에서는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법정변호사(Barrister)와 사무변호사 (Solicitor)의 기능분리 제도의 도입도 고려해 볼만하다는 생각이다.
법정변호사는 사무변호사로부터 사건을 위촉받아 법정에서 변론만 하는 기능을 갖는 반면 사무변호사는 법정밖의 변호사로서 사건당사자의 위촉에 의해 상담에 응하고 소송서를 작성하는 등 법정변호사의 보조업무를 수행한다. 변론과 소송대리 기능을 분리, 변호사의 자질과 품격을 높이고 소송관계자와 변호사 사이의 층분하고 객관적인 사건검토와 연구가 가능해져 브로커의 개입여지도 배제될 것이다.
법의 집행은 곤을 대리한 압성한 업무라 할 수 있겠다. 이를 변론하는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의사·구사·종구인과 함께 법을 다루는 사람들은 돈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도 돈이나 물질에 눈이 가러 본분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그들에게는 돈보다도 더 중요한 사명감과 품위가 갖춰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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