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 중동정책 겉돌고있다|동서 대결로 보는건 너무 단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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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 컬럼니스느 필립·제일린기
베이루트의 미·불평화유지군사령부건물이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받아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대참사의 상처가 채아물기도전에 이번엔 쿠웨이트에서 미·불대사관등7곳에서 동시 폭발사건이 발생, 중동에서는 또다시 긴장감이 감돌고있다.
워싱턴포스트지의 주필을 역임하고 현재 국제문제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필립·제일린」씨는 최근 중동지역을 3주일간 취재하면서 「레이건」행정부의 중동정책과 현지의 실정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음을 직접 확인했다고 전했다.
「레이건」미 대통령의 중동정책이 안고 있는 딜레머는 무엇이며 이번 레반논과 쿠웨이트에서의 폭발테러사건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는 회교지하드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최근 3주동안 중동을 둘러보고 워싱턴에 돌아와서 볼때 「레이건」행정부의 중동정책은 현실감각이 없다는 느낌을 금할수가없다.
내가 받은 인상은 레바논에 깊이 개입하면서 동시에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레이건」행정부의 전략개념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약속과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의 정책표명은 너무나 분명하다. 그는 ▲만약 미국이 레바논에서 손을 땔 경우 테러리즘이 승리하는것이되며▲동시에 레바논내의 민족화합 계획은 붕괴되고▲이스라엘의 장래가 의문시되며▲중동평화안은 치명타를 받게 되고▲중동지역은 소련블럭에 편입되게 되어 중동석유는 서방의 손을 떠나게 된다고 주장하고있다. 그래서 「레이건」은 『중동은 미국의 국가안보와 경제번영에 극히 중요하다』고 결론내렸다.

<미국내여론도 문제>
그러나 중동현지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어느누구도 레바논사태를 동서간의 대결장으로 보고있지는 않았으며 평화군을 파견한 프랑스·이탈리아·영국조차도 레바논사태의 핵심을 그런 엄청난것으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들은 지극히 복잡하고 내부긴장이 높고 예부터 내려온 세력간의 적대감과 레바논 자체의 이해갈등으로 가득찬 이나라에 대해 「레이건」 행정부가 채택하고있는 단순한 접근방법을 따르지 않고있다.
그들은 무한정 레바논에 진주하지 않으면 페르시아만을 소련에 넘겨주게된다는 「레이건」정부의 정책전제를 받아들이리란 보장이 없다. 이것이 레바논쪽의 현실이다.
미국 국내의 현실온 미해병대의 안전을 보장해야되며 그들의 레바논 주둔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서 그들을 조속히 철수시키라는것이 미국내의 여론이다.
「레이건」 행정부는 레바논의 국가재건이 이루어져야 된다는점에 역점을 두고있다. 그러나 평화유지군을 보내고 있는 우방과 국내여론의 인내심에 견주어 볼때 레바논의 내부세력을 무리없이 개편하는 작업은 그렇게 간단한것이아니다.
제네바회담이 본격적인 분파간의 협상으로 발전하더라도 그다음 단계는 레바논정부군을 육성해서 일단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장악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레바논 국토에 정부의권능을 확산시켜야하고 그 다음에는 레바논의 안정을 과시함으로써 시리아와 이스라엘을 철수시키도록 설득해야된다. 그런 다음에도 시리아가 쉽게 물러서리란 보장은없다.
현재 미국의 정책은 시리아가 안정된 레바논이 등장한후에는 레바논에 머물러있을 생각이 없으리라는 가설에 바탕을 두고있다. 그러면서 미국은 시리아와 전쟁을 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명백히 하고 있고 이스라엘도 시리아와의 전쟁이란 희생을 피하려 하고있다.

<시리아군 철수 의문>
그렇다면 레바논이 시리아군을 내쫓을 힘이 있다는 말인가?
이린 어려운 과정이 얼마나 오랜기간 후에 이루어질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레바논의 대통령인 「제마옐」 자체에 문제가 있다.
「레이건」 행정부는 그가 좀더 대통령답게 강력하게 행동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제마옐」이 미국과 가깝다는 사실 때문에 레바논 내 모술램파들에게는 의혹의 대상이 되고있다.
기독교 메론나이트파의 일원으로서 그는 앞으로 해야할 정치개혁 과정에서 하나의 분파이익을 대변하고있다.
그는 분파간의 분쟁을 법과 질서의 이름으로 진압해야되는데 진압을 할수록 중재자로서의 권능은 잃게 되어있다.
현지에서 분파간의 화해와 정치개혁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살라메」교수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어느한 분파가 승리해서는 안됩니다. 이 나라가 그걸 견딜수없어요.』
그의 주장에는 논리와 함께 현실성이 있다. 레바논이 있고 난 다음에야 나누어가질 권력이 있는것이기 때문이다.
외교관과 학자들은 현실성 있는 방안을 제시할수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방안을 실현하려면 엄청난 대가와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미국정치인과 국민이 이에 필요한 시간과 댓가를 지불할 용의가 있느냐는 것이다. 미국 국내정치도 중동문제해결에 장애가 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샤미르」수상이 워싱턴을 방문했을때 요르단의 「후세인」왕은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해 어느정도의 압력을 가할것인지를 주시했었다. 그런 미국측의 압력이 있어야만 「후세인」왕응 중동평화안에 대한 다른 아랍국가들의 지지를 얻어낼수 있기 때문이다.

<제마엘로선 역부족>
「후세인」왕이 원하는 최소한의 결과는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유대인의 정착촌, 건설을 동결하도록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것이었다. 그러나 그런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후세인」왕은 「아라파트」 PLO의장이나 다른 아랍지도자들을 설득할수가 없었다.
「샤미르」 수상은 정착촌을 동결하라는 미국의 권유를 배척하고 있다. 분만아니라 이스라엘은 정착촌을 더욱 확장함으로써 「레이건」 대통령의 중동평화안에 든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요르단 통합을 위한 기반을 없애고 있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지연시킬수록 중동문제에 극단노선이 득세한다는 생각은 「후세인」혼자만의것이아이다.
현지의 미국분석가들도 이 문제를 방관하면 할수록 아랍의 협상거부파의 발언권을 강화시킬뿐아니라 시리아를 소련편으로 더욱 밀어 넣고 요르단의 불안을 고조시킨다고 보고있다.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극단주의가 성행하고 이술람 파격주의가 확산하고 양극화 현상이 올것이라는 일부의 경고가 반드시 이루어지지는 않을것이다.
그러나 현지의 전문가들은 현 「레이건」정책이 도모하고 있는 목표보다는 이런 현상들이 앞으로 중동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더 많다고 보고있다. 【워싱턴포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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