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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조직 협력자로 변질 … 9·11 후 국제적 골칫거리로 떠올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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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호 11면

실패국가가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 때였다. 실패한 국가가 국제 테러 네트워크의 비옥한 토양으로 간주되면서 ‘실패국가’는 국제안보 논의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스테펀 울프 등 국제안보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실패한 국가가 국제적인 테러조직의 주요한 ‘협력자’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학문적 분석과 각종 정책결정 과정에서 핵심 고려 대상이 됐다. 이에 따라 저발전에 갇힌 국가는 구호 대상으로서 국제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도와줘야 할 나라였지만 동시에 국제안보에 있어 최우선적인 중요성을 지닌 이슈로도 부상했다.

IS 숙주 ‘실패국가’는

 이후 테러리즘의 ‘주요 협력자’가 된 실패국가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하는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가 국제안보 차원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런 점에서 9·11 테러는 기존 국제경제학에서 사용되던 ‘최빈국(Least Developed Countries)’의 카테고리를 좀 더 국제정치학 쪽으로 옮기면서 21세기 새로운 국제질서와 안보환경을 아우르는 핵심 키워드로 ‘국가 실패’를 부각시켰다. 국가 경영에 경제적으로 실패한 가난한 나라들은 정치적으로도 무장테러 세력에 취약할 수 있음을 본격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9·11 테러는 미국에서 발생했지만 테러를 벌인 알카에다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불안정한 빈곤국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9·11을 통해 실패한 국가에서 테러단체가 성장할 수 있으며 그 피해는 실패한 국가를 넘어 지구촌 어디든지 미칠 수 있음을 학습하게 된 것이다.

 이후 실패국가에 관한 연구들은 그 출발점이 되는 지역 불안정성을 살펴보기 위해 ‘무력 충돌’의 강도와 빈도 수를 잣대로 논의를 진전시켰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자들 간에 실패 국가가 점진적인 과정을 거쳐 붕괴까지 갈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허약한(weak) 국가’와 ‘실패하고 있는(failing) 국가’, 그리고 ‘실패한(failed) 국가’와 ‘붕괴된(collapsed) 국가’가 각각의 단계를 표시하는 용어들이다. 시리아와 이라크는 세 번째 단계에 해당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패국가 문제는 안보 분야 전문가들만의 관심사는 아니다. 국제기구나 각국 구호단체도 개발과 원조를 시행하기 위해 이를 다룬다. 그런데 개발 개념에서 접근하는 이들은 ‘실패국가’ 대신 ‘취약국가(fragile state)’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실패국가와 취약국가가 동시에 쓰이면서 혼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취약국가’는 그 역시 실패국가 문제를 다루기 위해 채용된 용어인 데다 오늘날 개발에 관심 있는 학자나 기관들도 점점 더 안보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어 실패국가라는 표현이 대표 개념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박경덕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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