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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비상 걸린‘ 사이버안전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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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가사이버안전센터(www.ncsc.go.kr) 상황실. 10여 명의 감시요원이 각자 2개의 모니터를 놓고 사이버 테러를 감시하고 있었다.

"부산에 경보 발령. 중국에서 웜 바이러스 공격 시도가 들어오고 있다. ○○기관에 주의를 촉구하라."

14일 서울 강남구 역삼1동에 자리 잡은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사이버안전센터(www.ncsc.go.kr) 상황실. 10여 명의 감시요원이 각자 2개의 모니터를 놓고 사이버 테러를 감시하고 있었다. 상황실 전면 12개의 대형 화면에는 시시각각 전국 27개 주요 전산망에 접속된 150여 개 기관의 인터넷 사이트 안전 수준이 전국 지도 위에 색깔로 표시됐다. 초록은 정상. 경보는 4단계로 나뉜다. 관심은 파랑, 주의는 노랑, 경계는 오렌지, 심각은 빨강이다. 순간 초록이던 서울.대전이 파랑으로 바뀌었다. 옆 화면에는 어떤 기관에 어떤 종류의 공격이 시도되고 있는지 표시됐다.

감시요원의 손이 바빠졌다. 해커도 이를 눈치챘는지 이번엔 표적을 경기.부산으로 옮겼다. 일순 상황실은 긴장했다. APEC이 열리고 있는 부산에서 사이버 테러가 발생한다면 정보통신(IT) 강국으로서 국가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화면 한쪽에는 아예 APEC 관련 10여 개 사이트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다행히 사이버 공격은 부산을 비켜갔다.

안전센터가 주력하는 또 다른 임무는 첨단기술을 다루는 연구기관 홈페이지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연구실 등 10여 개 기관은 아예 서버를 따로 두고 24시간 경호한다.

안전센터 설립은 2003년 1월 25일 한국의 인터넷망을 마비시킨 사상 초유의 인터넷 대란이 계기가 됐다. 그해 6월 국가정보원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인터넷 대란이 발생해도 책임지는 기관이 없었다"며 "앞으로 한국에서 어디가 뚫렸다고 하면 국정원에 책임을 묻겠다"고 말해 2004년 1월 문을 열었다. 사이버 테러 감시기관인 만큼 위치도 강남 한복판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달에만 국내 공공기관 전산망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789건에 달했다. 단순침입 시도가 339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웜 바이러스 감염 277건▶해킹을 위한 경유지 악용 166건▶홈페이지 변조도 33건이나 됐다. 10월에도 국내 공공기관 사이트가 해외 해커의 피싱 경유지로 활용되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이를 적발해낸 바 있다.

안전센터 관계자는 "국내 공공기관의 홈페이지는 보안에 취약한 경우가 많아 해커들이 외국 사이트를 해킹하거나 최근 극성을 부리고 있는 피싱(가짜 사이트로 고객의 금융정보를 '낚는' 수법)을 위한 경유지로 악용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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