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무료 전자도서관 이용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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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서점에서 한 아름 책을 구입해 내 책꽂이에 꽂아주셨어. 아마 한 달에 내 책값만 10만원도 넘게 나왔을 거야. (…)초등학교 5, 6학년 때는 집에 있는 책으로도 모자라서 도서 대여점에서 빌려 읽었어. 평균적으로 하루 한 권씩 빌렸는데 그 대여점에 있던 어린이 분야 책을 몽땅 읽게 된 거야. (…)대학 입학 후 생각해보니, 초등학생 때 읽은 책이 전체 독서량의 80% 이상을 차지했어. 초등학생 때 마음껏 독서를 하지 않으면 중학생이 된 뒤로는 책을 읽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읽기가 힘들어. 꼭 기억해줘. 지금이 독서에 가장 적당한 때란 것을."

서울대 공대 1년생인 이윤정씨가 초등학생들에게 하는 조언이다('논술이 밥이다'중). 수긍이 간다. 그런데 마음속으론 "책을 어떻게 일일이 구해주지. 매달 10만원이면 큰돈인데. 다 본 책은 또 어떻게 하고"란 생각이 들 법도 하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자.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되는 길이 있다. 아이의 독서습관을 어떻게 기르지 하는 생각도 접어두자. 함께 읽으면 되니까. 실제 그런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학교도 있다.

◆무료로 읽는 전자책="전자책 너무 좋아요. 멀티미디어 책이라 무서운 책을 볼 땐 정말 무섭거든요. 토요일 빼곤 하루 한 권씩은 봐요. 두 권에서 네 권을 본 날도 있는 걸요."(서울 포이초등학교 2학년 김단비(8)양)

"최근 '시계 속으로 들어간 아이들'을 전자책으로 읽었어요. 다양한 분야의 책이 많아서 전자도서관을 좋아해요.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기도 하고요."(전북 고창초등학교 6학년 배수지(12)양)

강남구 전자도서관(ebook.gangnam.go.kr). 전자책만 9000여 종 22만 권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까진 강남구민만 즐길 수 있었으나 올 1월부터 협약을 맺은 지방자치단체의 초등학생에게도 문을 열었다. 학교를 통해 아이디를 받으면 언제 어디서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서울의 구청 21곳(마포.노원.강동구 제외)을 포함, 전국 113개 기초단체와 협약을 맺었다. 모두 110만 명이 가입했는데 대부분 초등학생이라고 한다.

호응도도 높다. 열람 실적이 올해 벌써 110만 권을 넘어섰다. 이와 관련, 강남구청 관계자는 "학생 한 명이 늘어나면 한 권씩 구매키로 해서 실제 한 사람이 늘 때마다 1만원씩 비용이 든다"며 "그러나 좋은 사업인 만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도서관 이용법=사실 초등학생 특히 저학년생이 전자도서관을 이용하긴 쉽지 않다. 포이초등학교 이수정 사서는 "저학년의 경우 인터넷 주소를 치는 등 과정을 어렵게 느껴 '집에선 안 된다'고 말하는 친구가 많다"며 "처음엔 부모가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가장 먼저 할 일은 전자도서관 사이트에서 전자책을 읽는 프로그램을 내려받는 일이다. 다음엔 로그인하고 책을 찾아 '대출'이란 단추를 누르면 된다. 그러면 전자책이 '내 서재'로 옮겨진다. 그 뒤엔 책을 읽을 수 있다. 전자책이긴 하지만 대출 기간도 있다(3일).

일부 학교에선 학교 차원에서 전자도서관 이용을 적극 권하고 있다. 서울 개원초등학교의 경우 이용학생이 3200명인데 지금까지 15만 권이나 봤다고 한다. 서울 포이초등학교도 10만 권 가까이 봤다. 이수정 사서는 "전자책이 플래시 영화와 같다 보니 아이들이 책 보는 걸 아주 즐거워한다"며 "집에서도 스스로 보도록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창초등학교 임효진 교사도 "매주 한 차례 독후일기를 쓰도록 해 전자도서관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가족과 함께 책을="밤하늘의 별처럼 책이 가득한 책장 앞에서 조용히 한쪽씩 넘기는 아이들과 뿌듯한 마음으로 함께 자리한 엄마, 아빠들의 숨소리가 책 속에서 가을 연주회를 하는 듯합니다. (…)손을 꼭 잡고 오가는 동안 가족의 소중함을 배웁니다."

서울 광남초등학교의 소식지에 학부모 김지성(43)씨가 기고한 글이다. 최근 광남 가족독서교실에 참가한 뒤의 소감이었다.

광남 가족독서교실은 2003년부터 매년 한 차례 반별로 온 가족이 오후 6시부터 두 시간 동안 학교에서 책을 읽는 행사. 매일 두 학급씩 돌아가며 이 행사를 갖는데 52개 학급이다 보니 지난달 10일 시작된 행사는 12월 13일에 끝난다. 학생 1940명, 학부모 3500명 등 5440명이 참여했거나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방용석 교감은 "아이들의 70% 이상이 부모와 형제.자매 또는 남매와 함께 참석한다"며 "반별로 80여 명(한 반 학생 35명)꼴로 올 정도로 호응이 좋다"고 전했다. 최근 남편.아이와 함께 책을 읽은 박현미(36)씨는 "할아버지. 삼촌과 온 아이도 있어 참 보기 좋았다"며 "우리 아이의 독서 습관도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책 읽는 아이'로 만드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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