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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용돈밖에 안 되는 국민연금, 너무 낮은 소득상한선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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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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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문모(45)씨는 국민연금에 대해 불만이 많다. 60세까지 보험료를 내야 매달 117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문씨는 “100만원 남짓한 돈으로 어떻게 노후를 보낼지 갑갑하다”며 “젊어서 보험료를 더 내고 노후에 연금을 더 받고 싶은데 그게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문씨는 2004년부터 국민연금 보험료를 매기는 소득 상한선에 걸려 6년 가량 같은 액수의 보험료를 냈다. 더 내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미우나 고우나 40, 50대는 국민연금밖에 기댈 데가 없다. 자녀 교육비와 결혼비용을 대고 노부모를 봉양하느라 노후 준비는 꿈도 못 꾼다. 그런데 이게 영 신통치 않다. 20년을 가입해도 월 80만원 남짓이다. 일부는 국민연금을 ‘용돈연금’이라고 깎아 내린다. 여러 이유 때문에 이런 꼴이 됐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문씨의 불만에 담겨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매기는 소득이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노후 연금을 갉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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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은 소득의 9%(직장인은 절반을 회사가 부담)를 보험료로 낸다. 이 소득에 상한선과 하한선이 있다. 각각 408만원, 26만원이다. 소득이 600만원이더라도 408만원으로, 25만원이더라도 26만원으로 간주한다. 상한선은 1995~2010년 6월 360만원이었다. 2010년 7월부터 전체 가입자의 3년치 평균소득(A값) 변화에 연동해 매년 2.3~3.7% 올라 현재 408만원이 됐다. 지난해 7월 상한선에 걸린 가입자는 232만5042명. 95년의 35배로 늘었다. 전체 가입자의 15%에 달한다. 상한선은 공무원연금(804만원)의 절반 정도에 불과해 두 연금의 격차를 더 벌린다.

 소득 상한선을 600만원으로 올린다고 가정해보자. 88년에 연금에 가입한 직장인 김연금(51)씨는 2024년까지 월 소득 600만원에 대해 보험료를 낼 경우 63세부터 월 194만830원의 연금을 받는다. 현행 상한선(408만원)을 유지할 때는 181만8700원이다. 평균수명(82세)까지 산다면 현행 상한선을 유지할 때보다 2931만원 가량의 연금을 더 받는다. 보험료를 약 985만원(본인 부담분 기준)을 추가로 내기 때문에 1946만원 가량의 이득을 보게 된다.

 상한선과 하한선이 지금처럼 비현실적으로 낮으면 전체 연금액도 떨어진다. A값과 본인의 과거 소득을 따져 노후 연금을 산정하는데 두 가지에 다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2000~2013년 1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상승률은 연 평균 5.06%인 반면 A값 상승률은 3.23%에 불과하다.

타격은 저소득층이 더 받는다. 하한선 언저리에 있는 저소득층은 낸 돈의 4.3배(상한선 1.3배)를 연금으로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손해를 더 보게 된다. 문씨처럼 상한액(408만원)에 걸린 상당수 중산층도 마찬가지다.

 상한과 하한을 올리면 보험료가 늘어난다. 정부는 수차례 고치려 했지만 이 부담을 떨치지 못했다. 또 연금 지출이 증가하면서 연금 기금 고갈 시기(2060년)가 앞당겨질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금의 정상화’를 위해 손을 대야 한다고 권고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실 박상현 비서관은 “지금처럼 상한과 하한을 A값 상승만큼만 올리지 말고 여기에다 물가상승률을 얹어서 올려야 한다”며 “그래야만 노인·차상위빈곤층 등 열악한 계층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이 강화된다”고 말했다. 그는 “상한과 하한을 좀 올려봤자 국민연금 재정 고갈 시기가 1년도 채 당겨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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