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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박원순 시장의 '공무원연금' 발언, 신중하지 못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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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무원연금’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박 시장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무원들이 박봉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기대는 게 연금”이라며 “이런 것을 없애면 우수한 인재들이 공무원으로 오겠는가”라고 말한 대목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대하거나 미온적이란 뉘앙스가 풍기는 말이다. 당장 새누리당은 “연금개혁에 어깃장을 놓는 발언”(김무성 대표)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어제 부랴부랴 대변인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공무원연금은 우수한 인재를 잡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런 걸 고려해 타협을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공무원연금 개혁 자체를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발언의 의도가 어디에 있든, 박 시장의 발언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했고 내용적으로도 신중치 못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재정파탄과 후세대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막기 위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국가적 과제다. 합리적인 안을 도출하기 위해 연금개혁 대타협기구가 가동되고 있다. 박 시장이 개혁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면 논의가 진행 중인 시점에서 혼선을 일으키는 이유가 뭔지 묻고 싶다.

 더욱이 박 시장은 가장 많은 지방 공무원을 갖고 있는 수도 서울의 시장이자 야권의 차기 대선 후보로도 거론되는 유력 정치인이다. 발언의 무게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파장을 미리 가늠하지 못했다면 경솔하고 무책임한 것이고 알면서도 ‘우수한 인재’ 운운했다면 공무원들에게 점수를 따려는 얄팍한 발상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