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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중 FTA, 남북 경협과 아시아시장 확대 발판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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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과 중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사실상 타결’을 선언한 지 석 달여 만에 자유무역협정(FTA)에 가서명했다. 양국 정부가 발표한 협정문에서 나타난 최종 합의 내용을 보면 개방 품목은 넓히되 개방 수준은 낮게 잡았다. 양국 모두 교역 품목의 90% 안팎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으나 관세 인하 기간이 최장 20년으로 길고, 예외 조항을 많이 두어 개방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양국이 일단 낮은 수준에서라도 FTA를 조기에 체결한다는 데 협상의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개방 수준을 놓고 왈가왈부하기보다는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비록 개방 수준이 낮다고는 하지만 한·중 FTA로 연간 54억4000만 달러 이상의 관세 인하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다양한 대중국 수출 증대 방안을 강구하자는 얘기다. 그러자면 그간의 가공무역을 통한 원·부자재 수출 방식을 탈피해 중국의 13억 내수시장을 직접 겨냥한 소비재 완제품 수출에 주력하고, 한류 열기와 서비스업을 연계한 복합적인 수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한·중 FTA 협정문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의 하나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310개 품목에 원산지 지위를 부여해 ‘한국산’으로 중국에 수출할 길을 열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통해 개성공단 이외의 남북경협지역도 원산지 지위 적용 대상에 추가로 포함시킬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중 FTA를 활용해 개성공단 생산 제품의 판로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북한의 경제특구를 제2의 개성공단으로 발전시킬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즉 한·중 FTA를 잘만 활용하면 남북한의 경협 확대와 북한의 간접적인 개방까지 이끌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한·중 FTA에는 중국 측의 요청으로 ‘관세지역과 제3국 가입’ 조항이 포함됐다. 차후에 홍콩과 마카오, 대만까지 한·중 FTA에 가입할 여지를 둔 것이다. 만일 한·중 FTA가 중국은 물론 대만·홍콩·마카오를 포함하는 거대 중화권 FTA로 확대된다면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양자 간 FTA 체결로 단번에 아시아 최대 시장을 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중 FTA를 중·장기적으로 아시아 시장 확대 전략으로 활용해야 할 이유다.

 이제 한·중 FTA는 양국 간 정식 서명을 거쳐 국회 비준만 받으면 발효된다. 한·중 FTA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국회의 비준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보다 적극적인 활용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