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프란체스카여사 비망록 33년만에 공개|민정살피고온 대통령, 조약돌 한개를 내놔| 혹한속 맨손 안스러 노인이 불에 데워 선물|성탄선물로 준 장갑은 일선시찰가는 신국방에 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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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어제 오후 「리지웨이」장군은 일선을 시찰했는데 임진강상류 38선지역을 방어하고 있는 백선엽장군휘하. 제1사단의 우리애들을 절대로 믿는다고 격려했음을 신국방장관이 보고해왔다. 앞으로 후퇴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방어선에서 사수할 것을「리지웨이」장군은 명령했는데 한국군 전장병에게도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해 줄 것을 국방장관에게 요청했다고한다.

<리지웨이,사기돋워>
『많은 수효를 가진 적은 곧 공격해 올 것은 아는 바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분쇄할수 있고, 또 분쇄해야만한다. 장병제군들은 방어선에서 사수하라. 설혹 희생이 있다 할지라도 현위치의 방어선을 지킴으로써 희생이 적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장병제군은 어떠한 난관이 있더라도 용감히 싸워서 공격해오는 적을 쳐부수라. 최후의 승리는 우리에게 있다.』
새로운 바람이 미8군 전체에도 일고 있는 모양이다.
「리지웨이」장군은 미10군단의 지휘권도 인계받을 것이라고 하는데 정일권참모총장은 이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전유엔군의 통합단일화가 미육군참모총장「콜린즈」장군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지난번「워커」장군의 8군은 서부전선을 담당하고 「앨먼드」장군의 10군단은 동부전선을 맡아 지휘권이 일원화되지 않고 협조가 잘 안되어 중공군이 우리의 방어선을 쉽게 뚫을 수 있었다고 정일권장군은 유엔군의 취약점을 지적했었다. 대통령은 장도영장군이 지휘하고 있는 우리6사단 장병들을 표창했다. 중공군의 위협앞에 있는 우리장병들의 사기를 복돋워주기 위해서 대통령은 6·25사변 이래 영천지구의 작전을 비롯하여 북진작전에서도 제일 먼저 6사단이 압록강에 도달한데 대해 그 혁혁한 공을 치하한 것이었다.

<부상병시찰후 침통>
대통령은 「콜터」장군을 통해 우리6사단에서 일해온 미군장병들에게도 약식 수장을 보내 이들을 격려하도록 하였다.
쌀값이 뛰어 올랐다. 사람들에게는 쌀값 오르는 것이 전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오직 하나의 신호였다. 만약전쟁이 아군에 불리해 진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쌀값은 즉시 떨어진다. 쌀값은 증권시장의 주식시세처럼 민감하다 (필자주=일반적으로 긴급한 사태를 당하면 사람들이 먹을 쌀을 비축하려고 해서 쌀값이 오르게 마련이지만 이때는 전황이 불리해지면 사람들은 남쪽으로 피난을 가게되고 공산군이 들어와 식량을 송두리째 약탈해 갈 것이기 때문에 살값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
후송되어온 부상병들을 돌아보고 온 대통령은 몹시 침통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무거운 마음으로 나도 말없이 대통령의 오버코트를 받아들었다.
대통령의 코트주머니 속에는 외출할때 내가 넣은 장감과 잣주머니 대신에 종이와 헝겊으로 겹겹이 싸인 조약돌이 들어있었다.
나중에 나는 조용히 김장흥총경에게 오늘 외출때에 대통령에게 무슨일이 었었는가를 알아보았다.
대통령은 일선으로 시찰 떠나는 신국방장관이 장갑이 없는 것을 알게되어 내가 이번 크리스머스때 대통령에게 선물했던 장갑을 사양하는 그에게 억지로 주어 보냈다고 한다.

<잣주머니 답례 선물>
부상병들을 위문한후 대통령은 서울역부근을 돌아 보았는데 추위속에서 대통령이 장갑도 끼지 않고 맨손으로 다니는것을 본 어떤 노인이 물에 데워 꼭꼭 싸서 자기손에 쥐고 있던 그 따뜻한 조약돌을 대통령에게 주자 그에 대한 답례로 대통령은 자기 호주머니에 들어있던 작은 잣주머니를 피난가는 그 노인에게 선물했다고 김장흥총경이 말해주었다.
12월29일.
국방장관이 와서 아침에 「리지웨이」장군이 정일권장군과 함께 한국군의 전선을 돌아보기 위해 떠났다고 우리에게 말했다. 신국방은「페트리지」장군의 태도가 좀 다른 것 같다고 하는 것이었다.
국방장관은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올때 「페트리지」장군에게 그도 서울로 오겠느냐고 물었었다.
일전에「페트리지」장군은 모든 사령부가 대구로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워커」장군과 함께 서울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는 이번에 『아니, 나는 여기 남아 있겠어요. 나는 서울에서 할 일이란 아무것도 없어요…』 하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페트리지」장군「워커」장군, 그리고 대부분의 장군들은 일본으로부터 와서 한국전에 참전하였으며 서로가 오래된 친구들이었다.
펜타곤 (미국방총성) 이나 미국무성은 일부러「리지웨이」장군을 임명하여「맥아더」장군의 이번 전쟁에 대한 고압적인 전법을 방해하고자 그들의 심복을 이곳에 배치한 것으로 보여진다.

<리지웨이 정체 궁금>
이곳의 미국군인들은「워커」장군의 후임으로 동경의 연합군최고사령부의 누군가가 지휘권을 인계받으리라고 기대를 했었는데「리지웨이」장군이 임명된 데는 모두가 의외로 생각했다.
예를 들면 「콜리어」대령도「리지웨이」장군과 이곳에 왔을때 즐거운 표정이 아니었다.이제 우리의 걱정은 어떻게 한국은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여러모로 신중히 검토해보며 최선의 방법을 모색중이다.
「리지웨이」장군이 정말 「맥아더」장군을 견제하거나 활동을 제한하려고 임명된 사람이라면 이제「맥아더」장군은 한국에 대해 어떻게 행동을 취하게 될 것인가? 우리는 그것이 큰 걱정인 것이다.
「리지웨이」장군에 대해 워싱턴에서는 어떤 말을 하고있는지 우리는 무척 궁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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