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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내 2백56KD램도 만들겠다"|세계서 3번째로 64KD램 개발에 성공한 이상준박사|"20여명의 기술진들 오기로 똘똘 뭉쳐 일의 첨단기술수준 바싹 뒤따를 작정”|값싼 반도체 운산능력은 동양인이 우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제 한개의 징검다리를 놓은데 불과합니다.』
미일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64KD램의 양산기술을 개발해낸 주역인 이상준박사(44·삼성반도체전무) 의 꿈은 벌써 저 너머에 있었다.
『일본과 맞설 수 있는 수준, 나으면 낫지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까지 우리의 반도체기술을 끌어 올릴 때 까지는 계속 밀어 붙일 계획입니다. 그럴 힘은 충분히 있습니다』
이박사는 머릿속에 64KD램보다 서너단계 앞선 메가비트 단위의 반도체를 그리고 있었다.
64KD랩 자체만도 대단한 기술이다.
세계에서도 단 두나라, 미일만이 양산기술을 갖고 있을 뿐, 다른 어느나라도 탐내면서도 손대지 못하고 있는 분야다.
가로 2.5㎜, 세로 5.7㎜, 새끼손톱의 4분의1만한 크기의 실리콘 기판위에 15만개의 트랜지스터가 8백만개의 선으로 연결되는 극미의 세계다.
이 작은 칩안에 알파베트로 무려 8천개의 글자에 해당하는 정보가 기억된다. 중학교 영어교과서 정도면 이 같은 칩4개에 모두 기억시킬 수 있는 방대한 용량이다.
『저 자신의 힘만으로 이일을 했다고는 전혀 생각지 않습니다.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경영주의 의욕과 내 힘으로 해보겠다는 기술자의 열의가 한데 뭉쳐져서 이번 일을 생각보다도 빨리 끝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이 힘든 작업에 제대로 쫓아와 줄까 싶던 것이 일을 하면서부터는 너무들 열심이어서 제가 오히려 놀랄 지경이었으니까요』
연구실에서 6개월. 이미 미일에서는 양산단계에 들어선 기술이라고 하지만 그들이 4∼5년씩 걸려 만들어낸 기술을 불과 6개월에 해낸다는 것은 지난한 과정이었다. 『실리콘기판을 연마해서 완제품이 마지막 검사과정에 들어가기까지 거쳐야 될 공정은 3백9가지입니다. 물론 조립부문은 빼고서 얘기입니다만. 그 과정중에 단 하나의 잘못만으로도 나머지 모든 공정이 허사가 돼버리는 것이 반도체입니다. 극미의세계를 다루는 것인 만큼 먼지 하나가 모든것을 망쳐버릴 수 있는, 그 만큼 초정밀성이 요구되는 작업이지요.』 양산단계에서 3백9가지 공정을 거치는데는 4주쯤 걸린다. 이번 시험단계에선 한달 남짓 걸렸다.
반도체 하나를 만드는 공정자체가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것이어서 이번에 개발에 참가한 20여명의 기술진들은 그야말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성을 다해야 했다.
『한번에 많이 자면 3시간쯤 잤을까요. 그나마 밤시간에 잘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열의랄까 아니면 오기라고나 할까,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모두들 담배도 술도 끊고 같은 목표를 향해 미친 것이지요. 처음엔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하니 더 오기가 났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귀국한것도 반도체를 꼭 내 손으로 만들고 싶은 꿈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에서의 오랜 반도체분야연구를 통해 1K비트에서 세계 최첨단의 2백56KD램까지 설계작업에 깊숙이 관여했던 이박사는 적어도 반도체에 관한한 동양인의 능력을 확신했다.
『저네들은 큰 것, 창조적인 것에는 현재로서는 그 깊이나 폭에서 여러걸음 앞서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반도체 기술을 값싸게 양산하는데 필요한 손재주와 작업능력·균질도에 있어서는 우리를 포함한 동양인들의 능력이 훨씬 앞서있습니다. 반도체산업이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비교우위를 점할수 있다는 것도 바로 그런 까닭에서지요』
이번 64KD 램의 자체개발로 우리의 반도체기술은 일본과 2∼3년 정도로 기술격차를 좁힐수 있게 됐다.
『85년까지면 그 격차를 1∼2년으로 줄일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번의 64KD램개발이 정작 중요한 설계를 자체적으로 한 것이 아니어서 큰 의미가 없지 않느냐고도 합니다만 현재로써 그정도 설계능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실상 반도체분야에서 중요한것은 공정기술이고 그 기술을 우리것으로 할수있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게다가 이번에 자체개발한 공정은 앞으로 우리가 목표하고 있는 보다 고도의 반도체, 2백56KD램, 나아가 1메가비트(2백만비트) 수준이상의 반도체를 겨냥하고 개발한 것이어서 앞으로 더 높은 수준의 반도체를 양산해 내는데도 기술적인 어려움은 그다지 앖을 것으로 보입니다. 설계 능력도 그렇구요. 기다려 보십시오. 2∼3년안이면 우리힘으로 설계한 2백56KD램이 선보일 수 있을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금은 까마득히 보이는 일본도 어깨너머쯤 생각될 것이니까요.』
이박사의 말은 자신감에 차있었다.<박태욱기자>

<연대재학중 도미 반도체공정 연구>
이상준박사는 연대 2년 재학중 도미, 미네소타대학과 대학원에서 전자공학박사학위를 받은 후 컨트롤데이터 하니웰사의 IC기술개발부장, 자이로그사의 기술 본부장등을 거치면서 반도체제조공정개발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오다 지난 3월 한국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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